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 특히 집중호우, 폭염, 가뭄 등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철저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전북 농업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전북은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 기후위기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인식해서는 안 되며, 구조적인 위기로 보고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최근 3년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농경지 침수 피해는 그 심각성과 반복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정수(익산2) 의원에 따르면 2022년에는 4,901㏊의 농경지가 침수되었고, 복구비와 재난지원금으로 91억 4,000만 원이 투입됐다. 2023년에는 피해 면적이 무려 2만9,057㏊로 급증하면서 총 909억 원의 예산이 복구와 지원에 쓰였다. 지난해에도 7,457㏊의 농경지가 침수되어 552억 원의 재정이 소요됐다. 올해 역시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단 이틀 만에 1,375.9㏊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예산과 인프라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2023년 전북도는 시군 수리시설 개보수 및 유지관리 사업에 226억 원을 투입했지만, 2024년에는 소폭 증액된 250억 원에 그쳤고, 올해는 오히려 208억 원으로 줄었다. 수리시설은 집중호우와 태풍 같은 이상기후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하는 핵심적인 기반시설임에도,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방보다 사후 복구에 치중하는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리시설 개선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노후 시설의 전면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더불어 기후환경 데이터를 반영한 스마트 수리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관리체계 도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반시설 정비를 넘어, 기후변화 시대의 농업을 보호하는 선제적 방어막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한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현장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나마 전북자치도가 지난 5월 농업재해 대응 TF팀을 신설하며 대응 의지를 보였으나, 이는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조직에 불과해 장기적·구조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의 상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상설 조직인 ‘농업재해 대응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전담 인력의 충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인에 대한 사전 교육과 피해 대응 매뉴얼 구축, 실시간 정보 제공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 능력뿐만 아니라, 평상시 예방 중심의 관리를 위한 인적·물적 기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전북 농업이 직면한 위기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예산 부족, 조직 부재, 구조적 대응 미비가 겹친 복합적 위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임시방편적인 대응으로는 더 이상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낼 수 없다. 지속가능한 전북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예산 확대, 기반시설의 과감한 정비, 그리고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재해 대응 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의 시대,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식량안보이자 생명선이다. 전북자치도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으로 농업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지역 농업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결단과 투자만이 전북 농업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삶의 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