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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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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늙어가기를 작정한 부부가
한 평 한 평 하늘에 일군 화원(花園)을 살핀다
그 하늘에 처음에는 매화꽃을 들여와 앉혔다가
산수유꽃을 앉혔다가
벚꽃을 앉혔다가 살구꽃을 앉혔다가
깜짝 놀란다
꽃들을 보는 눈이 온통 무감각하다
그동안 봄을 들여놓고 사는 데 익숙하지 못한 탓일까
꽃들이 먼저 불행을 알아본다
꽃을 보는 가슴이 싸하다
싸한 것들이 참 오랫동안 묵은 침묵을
들쑤시고 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그래서인지 살려고 발버둥 쳤던 악다구니의 정신 대신
약간의 자족과 포기가 있으면 즐겁게 찾아드는 행복의 꽃들이
몇 번인가 거듭 와장창 피더니,
오늘은 완연하다
무작정 그 완연에 푹 빠진다
<시작노트>
고달픔의 시절을 보내고 나름의 성취, 그즈음에 이르렀을 때 문득 눈에 찾아든 온갖 풍경이 행복으로 충만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하다. 어느새 우린 봄을 들여놓고 사는 데 익숙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도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곁에 와 있다.
/곽진구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