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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결핍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1.08.12 18:28 수정 0000.00.00 00:00

누구나 결핍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결핍에 굴하지 말고,
어루만지고 맞서면서 살아가야 한다.

ⓒ e-전라매일
요즘 의식주가 넘쳐난다. 쓰레기장에는 멀쩡한 옷이 버려져 있고 마트에는 먹거리가 산처럼 쌓여있다. 전자제품이나 심지어 자동차까지 망가져서가 아니라 유행이 지나서 새로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허전하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분노와 원망이 도처에 널브러진 결핍의 시대다.
슬픔과 고통이 되는 욕망의 빈자리는 바라볼수록 크고 깊다. 인간은 끊임없이 결핍을 채우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은 욕심과 부재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불운에서 헤어나지 못 하는 사람도 있고, 평생을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질병을 친구 삼아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결핍을 느끼며 결핍을 메워가는 과정을 밟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결핍은 우리 삶의 원형이라고 한다.
결핍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지나친 결핍은 생각을 좁게 만들고, 자기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며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킨다. 적당한 결핍은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불러 일으켜 삶을 견고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기본적 결핍은 개인적인 문제로 떠오르지만 사회적 결핍도 존재한다. 이 결핍은 사회 구성원들의 피해와 아픔으로 직결되고 나아가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불평등으로 인한 결핍은 빈익빈 부익부는 물론 인간적 차별을 만들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풀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나 커다란 소리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득 채우기 때문에 큰 것이 먼저 보이고, 큰 소리는 멀리서도 들린다. 그러나 마음을 채우지는 못한다. 그런 것들은 삶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에 눈을 주고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핍은 힘의 논리에 의해 약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핍의 장점은 인간에게 강한 성취욕을 부여하고 나아가 살아야 할 의욕을 북돋워 준다. 또한 성장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단점은 생각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자기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인관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이런 때는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성찰의 시간을 갖아야 한다. 결핍은 나로부터 발견이고 나로부터 탈출이기 때문이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골골거리는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아쉬움과 부족함은 영혼의 눈을 뜨게 한다. 뿐만 아니라 결핍은 지혜를 눈뜨게 하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대상이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수단이 박탈되거나 제거된 상태라며 탐욕으로 희망 없는 내일을 기약하는 것 보다 차라리 오늘의 쾌락을 즐기는 편이 났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결핍은 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원히 채울 수 없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해야 할 삶의 반려다. 누구나 결핍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결핍에 굴하지 말고, 어루만지고 맞서면서 살아가야 한다.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결핍은 희망을 품고 있다는 가능성이다.
결핍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결코 불행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느린 걸음으로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 된다. 설령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정성수
전주비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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