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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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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참 예쁘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봄꽃은 봄비에 흠뻑 취해 초록을 내어놓았다. 비에 씻긴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연두의 팔랑대던 속살거림은 아릿하면서 아득하게 설렘으로 차오른다. 보드랍게 빛나는 초록 이파리 오월의 햇빛처럼 행복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초록을 보고 있으면 어지럽던 마음이 맑아지고 정리가 된다.
갑자기 발등이 부어올랐다. 왜 부어올라 불편하게 하는지 딱히 모르겠다. 헬스장서 레그익스텐션을 무리하게 사용했나. 그 정도 기억이 전부다. 병원 가서 진단받아 보라는 권유에 파스 붙여놓고 딱 3일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웬일이야. 완벽하진 않지만, 부기도 가라앉고 통증도 줄었다. 거참, 시간이 약(?)이 되는 과정을 맛보았다.
병원 가는 대신 카페로 갔다. 2층 창가에 자리 잡았다, 복사꽃 볼 수 있는. 진분홍 물결이 어느새 초록이 되어 있었다. 꽃이 나무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과 달리 서둘러 떠나고 없었다. 조금 아쉬웠으나 다른 세상이 되어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위에서 초록이 반짝인다. 병원비 대신의 커피는 향기가 더하고 고소함이 배가되었다. 수업 들으며 먹는 밥이 제일 맛있고 남이 차려준 공짜 밥이 가장 달고 맛있다고 하지 않던가.
가끔은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보고 싶기도 한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 많이 주어진 것 인지, 손에 닿지 않음에 간절함이 더한 것 인지. 아이가 어머니의 심장 고동소리를 사랑하듯이 이젠 어머니가 딸의 감각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다. 약해진 모습 들켜버린 것 같아 씁쓸했지만. 자주 연락 좀 하라 하니까 엊그제 통화했는데 요즈음 어머니 태도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한다. 내가 너무 낡아 배터리 금방 방전돼 잊어버리게 된다고 어설픈 변명을 해본다. 너무 늦어 꼭 전해야 했을 말을 속으로만 삼킨 이들이 있고 그 말들을 혼자 되뇌며 후회하는 우리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소중한 우리다. 참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다. 몸이 무너져 꼼짝도 하지 못하면 꽃이 만발해도 초록이 생명으로 지켜줘도 소용이 없다.
“무지개 같은 둥글고 이쁜 사람아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나의 심정이 연두로 물들 은들 어디에 쓰겠느냐” 최명희 『혼불』중
/진채란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