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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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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밟고 일어서니
비로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깨어나는 것만이 그림자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건물의 이야기는 병약하다
시름시름 앓는 건물 뒤에서 나무들이
자신만만하게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다
네가 하지 못한 말을
점점 길어지는 침묵이 했고
징검다리처럼 침묵을 건너뛰다가
개울을 흐르게 해야 할 것 같아 멈춰 선다
침묵은 무섭다
침묵은 직선이어서 내려꽂힌다
열대어들이 수족관에서 놀고 있다
햇살 수직으로 꽂혀도 물고기들은 유연하다
그림자를 털어버리는 발랄한 율동
그래, 춤이구나
살아있는 것들이 추는 춤을 그림자는 따라잡지 못한다
늘어진 그림자 천천히 떼어 주머니에 넣었다
찰랑찰랑 다시 개울 흐르는 소리
소리를 딛고 개울을 건넌다
내 발은 꽃씨처럼 공중에 떠 있다
<시작노트>
살아있는 것보다 그림자가 더 왕성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그림자에 먹히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더 힘찬 움직임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