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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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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커피를 먹으면 밤잠을 설치고 마는지 자문해본다. 전날 아침 일찍 먹은 아메리카노 반잔이 나의 밤잠까지 잡고 흔들었다.
카페에 들리면 음료를 주문할 때 고민을 많이 한다. 덜 달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차는 어떤 것일까? 카페 입장과 동시에 자릿값을 대신할 차를 고르느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일행과 함께 같은 메뉴를 주문하지 못하는 것도 때론 겸연쩍다. 커피를 먹지 않는다는 말에 왜냐는 질문을 하고 커피 한 잔은 건강에 좋다며 설득하기도 한다. 찻집에서는 국산차의 가격이 약간 높다. 가끔은 함께하는 일행 중에 혼자 비싼 차를 시키기가 미안해 커피를 시키고 바라보기만 할 때가 있다.
커피는 즐기지 못해도 선물로 챙기긴 한다. 요즈음 SNS를 통해 주고받는 선물로 자주 이용한다. 대중적인 기호품이니 마땅치 않다면 다시 누군가에게 줄 수 있으니 순환할 수 있는 선물로 그만이다.
커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직장인이 된 스무 살 때이다. 사무실 한 쪽 책상에는 병에 담긴 커피 재료가 갖춰진 다실이 있었다. 직원들은 출근과 함께 커피 잔을 들고 대화를 하면서 퇴근 후일담을 이야기하며 긴장감을 풀었다. 기호에 따라 다방에서 커피를 배달시키던 시절이었는데 커피, 프림, 설탕의 기본 배합으로 커피를 타서 마셨다. 안타까운 것은 그 일이 여직원의 임무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손님이 오면 바쁜 일이 있더라도 벌떡 일어나 커피를 준비했다. 커피를 맛있게 탄다는 칭찬은 족쇄가 돼 책임지고 맡아했다. 커피 잔을 씻고 커피 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구입하는 일도 여직원들의 몫이었다.
다실을 드나들 때마다 커피를 즐겼다. 한 입 머금었을 때 고소한 맛과 향긋한 향의 유혹에 빠져 커피를 호시탐탐 노렸다. 커피와의 사랑이 깊어질 쯤 나는 몸 한 구석이 불편함을 느꼈다. 느낌이 음식에서 오는 징조 같아 이것저것을 가늠해보다가 커피를 주목하게 됐다. 며칠 커피를 마시지 않았더니 그 불편함이 사라졌다. 당시 커피가 새로운 음식이 됐던 시절이라 그 이상증후를 자가진단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커피는 이십 때 젊은 나이부터 나를 거부한 셈이다. 이런 현상을 지인들에게 말하면 과민반응이라고 치부한다. 한 잔의 커피는 건강도 좋게 하고 에너지를 유발한다는 나름의 상식과 경험담을 전파하며 내게 커피를 즐기라고 권한다.
지난 해 가족의 결혼식이 있어서 찾아간 예식장에서 먼저 도착한 친척들이 지하 카페로 갔다. 혼자 일을 보고 있던 중 사촌동생이 와서 가족들이 있는 커피점을 안내하니 동생은 커피를 안 먹는다면서 사양했다. 예식장 의자에 앉아서 커피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잠을 설쳐서 커피를 안 먹는다고 했더니 동생도 마찬가지란다. 내친 김에 커피를 먹고 느꼈던 이상 징후도 꺼내 놓으니 동생도 맞장구를 친다. 우리는 카페인에 약한 체질인 게 분명하다.
우리 집에도 커피는 있다. 다른 식구들의 기호품을 준비하면서 내 몫으로 디카페인커피를 갖춰 놨다. 가끔 향긋한 커피향이 그리울 때 컵을 뜨겁게 달구고 디카페인 커피를 한 스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커피향이 집 안에 퍼진다. 바삭바삭한 비스켓을 놓고 따끈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다 마신 컵을 두 손으로 감사 쥐고 온기를 즐기는 것도 그 순간의 여유이다.
어쩌다 향에 취해 한 모금 마시고 쩔쩔매는 날도 있지만 수시로 커피 향은 날 유혹한다. 오늘도 하트가 새겨진 카페라떼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앉는다.
/황 점 숙
전주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