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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월요시문학 <허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8.31 15:55 수정 2025.08.31 03:55

 
허물 - 최예숙

하늘의 기밀인 듯
혹 엿볼까 껍질로 겹겹이 무장했다

세상에 뜨겁게 데일까 벗지 못하고
겹겹의 허물로 동여맨 나는
첩첩이 꾸미고 걸쳤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맞지 않은 옷 입은 것처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캄캄한 그 시간
쌓은 업이 많은 구렁이처럼
난 허물 벗을 곳을 찾는다

하루를 걸친 이면 포장하고 쓰던 탈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
뱀처럼 허물을 벗는




〈약력〉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시집: 『물방울이 범종을 친다』 『나무는 새와 별의 나들목』

〈시작노트〉
때론 나의 장, 단점을 감추고 싶을 때 있다
그것이 정녕 장점일지라도 벗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싶다
잠시 왔다가는 삶, 떠다니는 구름은 물과 같고 흘러가는 바람은 세월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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