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범죄 중 하나로 꼽힌다.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재범 위험성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성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피해자 보호는 물론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에도 크게 미흡하다. 수사기관은 더 적극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해야 하며, 법원은 피해자 중심의 판결을 통해 성범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입건된 성 관련 범죄는 매년 2만 8,000여 건에서 3만 5,000여 건에 이른다. 유형은 강간, 강제추행, 불법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성적 목적의 다중 이용장소 침입 등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2만 8,135건, 2021년 2만 9,13건, 2022년 3만 5,656건, 2023년 3만 4,996건, 지난해 3만 1,755건이 발생했다.
지역별 통계 역시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 서울에서만 3만 9,000여 건, 경기 남부 2만9,000여 건, 부산과 인천 각각 1만여 건이 발생했다. 전북과 전남은 각각 4,600여 건, 광주 4,500여 건에 달했다. 이는 전국 어디서든 성범죄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비율은 매년 5~6%대에 불과했고, 실제 영장이 발부된 비율은 전체 입건 사건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성범죄의 재범 가능성과 피해자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 입건 규모는 2022년 9,895건, 2023년 1만1,520건, 지난해 1만2,67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비율은 3%대에 그쳤다. 스토킹은 단순 괴롭힘을 넘어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범죄다. 그럼에도 구속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성범죄는 특성상 피해자의 고통이 장기적이며, 가해자가 풀려나면 보복이나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재유포될 수 있어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따라서 성범죄에 대한 사법 판단은 가해자의 권리 보장 못지않게 피해자 보호를 우선에 두어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에서 구속영장 발부와 형량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비율이 낮은 배경에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구속 가능하다’는 현행 기준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단순히 도주 가능성만이 아니라 재범 위험성, 피해자에 대한 위해 가능성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이 성범죄 피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재판부도 피해자의 안전과 사회적 불안을 감안한 폭넓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구속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접근금지 명령, 전자발찌 부착, 신상공개 등 다양한 수단을 실효성 있게 운용해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 이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2차 가해로 몰아세우는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
성범죄의 재범 위험성은 이미 수많은 사례와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소극적 태도와 법원의 관대한 판결이 계속된다면 피해자는 늘어나고 사회적 불안은 심화될 뿐이다. 피해자 중심의 정의 구현, 이것이 지금 우리 사법체계가 지향해야 할 확실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