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를 전북특별자치도로 이전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됨에 따라, 통과 여부에 관심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농협법에 명시된 “주사무소는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을 전북으로 바꾸는 내용으로, 농협의 중심을 ‘농생명 수도 전북’으로 옮기자는 제안이다. 수도권에 본사를 고정해온 법률 구조를 바꾸는 만큼 논란과 논쟁이 따르지만, 전북 이전의 명분만큼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법 개정은 ‘끝’이 아닌 ‘출발점’이다.
전북은 대한민국 농생명 산업의 심장이다. 농촌진흥청은 물론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4대 농업 연구기관의 본원이 모두 전북에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한국식품연구원 등 농생명·식품 관련 기관 23곳이 집적된 국내 유일의 융복합 클러스터도 전북에 조성돼 있다. 농업 연구·기술 개발·식품 산업까지 한 지역에 집중된 사례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농협의 중심은 농지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수도권 과밀 해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도 충분하다. 농협중앙회는 250만 조합원이 이용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정작 그 본사는 여의도와 강남 등 대도시에 자리하고 있고, 농업의 현실과 현장과는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국 농촌이 고령화·소멸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농협의 전략 중심을 ‘농업의 현장’에 옮기자는 제안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필요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법만 바꾼다고 이전이 곧바로 이뤄지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정부가 지시하면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도 아니다. 협동조합 조직이기 때문에 모든 중요한 사항은 조합장들로 구성된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즉, 국회에서 법 개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전국 조합장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이전은 불가능하다. 농협 고위 관계자가 “법 개정이 모든 절차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전 비용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농협은 여의도 본관을 비롯해 강남본부, 세종사무소 등 여러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전북으로 통합·이전하거나 재배치하는 데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농협 자체적으로 공식 분석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설 매각·신축·부지 확보 등 복잡한 재정 계산이 불가피하다. 결국 법 개정이 성공해도 재정 부담과 조직 내부 합의라는 현실적 장벽이 남는다.
그렇다고 이전 논의를 축소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없다. 농협중앙회 이전 추진은 전북의 농생명 전략 등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농생명 산업을 국가 성장축으로 육성하려면 농협과 같은 핵심 기관의 지방 이전은 필수적인 흐름이다.
전북도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가능성의 문’을 여는 것이다. 국회 설득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농협법 개정은 필수 절차이며, 정치권 내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또 농협 조합장들과의 직접 소통이 중요하다. 이전의 필요성과 전북에 위치할 때의 장점, 조합원 지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현실적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전북이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지원책·입지 경쟁력을 더 세밀하게 정리해 ‘이전의 실익’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농협중앙회의 전북 이전은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와 농촌 균형발전을 어디에 두느냐다.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분을 현실로 만드는 전략과 실천이다. 전북이 그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