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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붕괴 신호를 보내는 전북 자영업 생태계, 긴급 처방 필요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1.30 15:06 수정 2025.11.30 03:06

전북지역 자영업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반이 무너지는 ‘붕괴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수의 급감, 대출 구조의 위험한 변화, 소비 기반의 약화는 서로 연동되어 지역 경제 전반의 악순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북 경제의 구조적 회복을 위한 근본적 접근이다.
우선 자영업자 규모의 급감은 단순한 숫자 감소 그 이상이다. 전북지역 자영업자 수는 2023년 12월 27만 3,000명에서 2025년 10월 24만 6,000명으로 줄었다. 불과 2년 새 수만 명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더 심각한 것은 감소 속도다. 2025년 들어서는 매월 전년도 같은기간 대비 4~11%씩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이는 자연적 시장 조정의 범위를 넘어, 지역 경제의 경쟁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폐업 증가를 뜻하는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 지급 규모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이 추진됐음에도, 실제 폐업 규모는 줄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다. ‘버티는 장사’조차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말 기준 전북지역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9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5.9%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국 증가율 0.9%를 크게 앞선다. 자영업자는 줄고 빚은 늘어나는, 가장 위험한 조합이 전북에서 현실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제1금융권이 아닌 제2금융권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경고등이 켜진 대목이다. 상호금융권 대출은 14조 6,000억 원으로 2019년 말보다 무려 2.1배 증가했다. 반면 예금은행의 비중은 52.8%에서 41.9%로 감소했다. 이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이미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해 더 높은 금리, 더 위험한 금융 환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고위험 취약 차주 비중 증가가 가장 우려스럽다. 저신용·저소득 차주의 대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다중채무자까지 포함된 고위험 취약 차주의 대출 잔액만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연체율도 2.2%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는 이제 금융 시스템에도 부담이 전이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자영업자 개인의 경영 능력 문제가 아니다. 전북 지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려 있는 문제다.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는 소비 기반의 구조적 축소를 초래했다. 객단가 감소, 고정비 증가,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며 내수 기반 자체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삼중·사중의 압력에 짓눌리고 있다.
전북의 자영업 위기는 단순히 한 직종이나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에서 자영업은 고용과 소비의 핵심 축이며, 지역 상권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하면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경영 실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전북도와 중앙정부는 구조적 관점에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일자리·교육·의료·주거가 결합된 지역 정착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자영업자 대상 금융 정책을 재정비하고 지역 수요 기반 확대를 위한 생활경제·관광경제 활성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이고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자영업자의 붕괴는 곧 전북경제 전체의 붕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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