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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탄소 규제 시대, 산업의 선택지로 떠오른 새만금

송효철 기자 입력 2025.12.16 17:34 수정 2025.12.16 17:34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구상’ 넘어 국가 전략 시험대에
전력·속도·공간 갖췄지만… 관건은 기업 유치와 제도 설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글로벌 RE100 확산 흐름 속에서, 새만금이 대한민국 RE100 산업단지의 실질적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과 산업단지 조성 속도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RE100 산업단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가 산업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향후 제도 설계와 기업 유치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 등에 따르면 새만금 권역에는 태양광 3GW, 해상풍력 4GW 등 총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단계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 수준으로, RE100 이행을 요구받는 수출기업과 대규모 전력 수요 산업에 공급 가능한 물리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새만금 산업단지 5·6공구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단으로 지정돼,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한 제도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명시하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산지소형’ 산업단지 모델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전력 공급의 ‘속도’와 ‘안정성’이다. 새만금은 이미 약 1.5GW 규모의 전력공급 능력을 확보한 상태로, 단계적으로 조성 중인 재생에너지 중 수상태양광 1단계 1.2GW는 이르면 2028~2029년부터 RE100 기업에 직접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권과 수도권을 잇는 광역 전력망과의 연계성도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요소다.

이 같은 여건은 AI 데이터센터, 미래모빌리티, 배터리, 반도체 후공정 등 고전력·저탄소 산업 유치 가능성과 맞물린다. 수도권에서는 전력 계통 포화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는 반면, 새만금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실증과 집적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안지로 거론된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전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실제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PPA(전력구매계약), 계통 이용료, 전력요금 체계, 장기 공급 안정성 등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또한 산업단지 입주를 결정짓는 요소는 에너지뿐 아니라 물류, 인력, 규제 환경, 정주 여건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단지’와 ‘산업 생태계’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핵심이다.

새만금 RE100 산업단지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전환·균형성장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중심 산업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새만금이 그 대표 모델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새만금은 RE100을 실험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은 충분히 갖췄지만, 제도와 시장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발전단지는 많은데 기업은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RE100 산업단지를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만들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전력·산업 정책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 RE100은 더 이상 환경 담론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떠올랐다. 새만금이 ‘대한민국 RE100의 상징’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대형 개발 실험에 그칠지는 이제 정책 실행력과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송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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