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는 전북 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이 됐다. 전북대학교, 익산시, 남원시, 전주시의회, 군산시의회 등 5개 주요 기관이 최하위 5등급을 받은 이 성적표는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이 하위권 청렴도를 보이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이는 전북 공직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도덕적 타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증거다.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교육·행정·입법 기관들이 나란히 꼴찌를 차지한 현실은, 그간의 청렴 노력들이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교육의 상아탑인 전북대학교의 추락이다. 지역 인재를 키우는 거점 국립대로서의 위상은 이미 실추됐다. 학내 행정의 불투명성과 부정 의혹이 쌓여 청렴도가 바닥을 친 것이다. 이는 학생과 교수, 지역사회 전체에 대한 배신과 같다.
행정의 중심인 익산시와 남원시도 마찬가지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의 외부 청렴도와 공직자 내부 인식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공정과 부패로 물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 부족과 갑질 문화 등이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시민의 대의기관인 전주시의회와 군산시의회의 불명예다. 지방의회는 집행부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사명으로 한다. 그런데 이들이 오히려 부패의 온상으로 비친 이번 평가를 볼 때 의정 활동의 본질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감시자가 피감시자와 한통속이 된 꼴이다. 과연 이들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가? 이번 결과는 의회 스스로의 윤리적 파탄을 고발하는 신호다.
이 5등급은 우연한, 운이 없어 나온 결과가 아니다. 특히 전북 기관들이 대거 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은 과거 청렴 대책의 형식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반복되는 '청렴 서약식'과 '부패방지 교육'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도민들의 신뢰를 갉아먹은 것이다. 이제 변명으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해당 기관장들은 즉시 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5등급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쇄신의 첫걸음은 인사 시스템 개혁이다. 실력과 공정성이 아닌 연고나 인맥에 의존한 인사는 불신과 부패의 온상이다. 투명한 인사 기준을 마련하고, 성과 중심의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내부 고발자 보호를 강화해 비리를 은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익명 신고 채널 확대와 보복 방지 장치가 필수다.
특히 의회의 경우, 의원 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비위 시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의정 활동 공개를 의무화해 시민 감시를 활성화하는 것도 급선무다.
전북이 미래를 향해 다양한 꿈을 꾸고 있지만 공직사회가 부패로 얼룩진다면 이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청렴도는 투자 유치와 인구 유입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업은 투명한 지역을 선호하고, 시민은 공정한 사회를 선택한다. 이번 평가는 전북에 내린 마지막 경고와 같다.
전북대학교와 지자체, 의회 등은 이번 청렴도 평가의 치욕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뼈를 깎는 환골탈태 없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함으로 버텨서는 안 된다. 도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