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간직해온 지역이다. 판소리와 농악, 한지와 한옥에 이르기까지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풍부해 ‘전북을 알면 대한민국을 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관광산업, 이른바 ‘굴뚝 없는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 관광은 여전히 당일 방문이나 경유형 소비에 머무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왔다. 체류 시간은 짧고 소비는 제한적이어서,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북에는 오랫동안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와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출범한 K-컬처 상설공연은 주목할 만한 변화의 신호다.
전북K-컬처상설공연운영단은 출범과 함께 한국예총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 전북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참여하는 3자 업무협약(MOU)이 체결되면서, 문화공연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모델이 구상 단계를 넘어 실행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협약의 의미는 단순히 공연 프로그램을 하나 더 늘렸다는 데 있지 않다. 이는 전북 문화관광 정책의 방향을 ‘이벤트 중심’에서 ‘상시 체류형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북K-컬처상설공연운영단은 공연의 기획과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콘텐츠 구성부터 출연진 섭외, 무대 연출과 품질 관리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관객의 신뢰를 축적하는 상설공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안정적 운영과 콘텐츠 경쟁력이 필수다.
“스쳐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고 다시 찾게 만드는 문화관광의 핵심 콘텐츠가 되겠다”는 운영단의 포부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예총전북연합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전통예술과 현대 창작, 나아가 융복합 콘텐츠 개발에 대한 자문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외부 콘텐츠에 의존해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전북 고유의 문화자산을 지역 예술인 스스로 축적하고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연으로 전북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겠다”는 약속은 지역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공연과 관광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상설공연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홍보를 통해 공연 관람이 숙박·체험·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볼거리는 많지만, 머무를 이유가 부족했던 전북 관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컬처 상설공연이 관광객으로 하여금 ‘하루 더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면 전북 관광은 양적 증가를 넘어 질적 도약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화공연은 사람을 모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소비가 생기고, 소비는 지역경제를 움직인다. 과거 전주시가 ‘관광경제’를 내세워 관광 활성화에 힘써온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그 흐름이 전북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통문화와 K-컬처를 결합한 상설공연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경제적 선순환을 이끄는 촉매가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물론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 유지, 안정적인 재원과 운영 시스템, 관광 연계 상품의 실효성, 지속적인 홍보와 관객 유입 전략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3자 협약은 공연·예술·관광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며 협업하는 체계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남은 과제는 관광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K-컬처 상설공연이 전북을 ‘머무르는 관광지’로 전환시키는 든든한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