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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흔들의자의 꿈>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1.22 17:14 수정 2026.01.22 05:14

 
흔들의자의 꿈 - 전대선

흔들의자는
꿈속을 헤엄친다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에
기억의 그림자가 살며시 다가온다

누군가 기억하며 웃던 날
눈물을 닦던 날
시간이 멈춘 듯
의자 틈새로 스며든다

흔들의자의 꿈은
잊힌 시간의 깊은 방이다
낡은 나뭇결 속에는
아이의 웃음소리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
아버지의 고단한 숨결이 잠들어 있다

어느 날은 빈 의자 위에
봄볕이 앉아 쉬고
어느 날은 겨울바람이 몸을 맡긴다
흔들의자가 흔들리는 것은
과거의 주인과 만나고 싶어서다


□ 작가의 말 □

종이 위에 첫 단어를 적을 때, 머릿속에는 늘 세 단어가 맴돌았다. 기억, 희망 그리고 우리말이 기둥이 되어 시를 쓰는 이유가 되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던 ‘옛날에~’로 시작되었다. 시는 내게 과거를 현재에 묶는 매듭이다. 할머니가 부르시던 노래, 아버지의 노트,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않기 위해 단어를 고른다. 시는 기억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손이다.
힘든 날엔 시가 유일한 등대가 되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오늘 흘린 눈물은 내일의 꽃이 될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시는 절망을 희망으로 번역하는 마법과 같다. 단어 하나에 담긴 힘이, 한 줄의 시가 사람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음을 믿는다.
사랑해 보다 그리움이, 기쁨보다 설렘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말의 풍요로움 때문이다. 시는 단순히 문자 조합이 아니라, 한국어의 리듬과 정서가 담긴 예술이다. 시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요, 함께할 목소리이며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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