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오랜 숙원사업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검토 중’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신청 예정이었던 개발계획이 해를 넘겨 금융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자산운용 중심 비전의 보완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전북 도민들의 기대는 이제 분노와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는 ‘인프라 부족’ ‘생태계 미비’라는 반복적인 핑계를 대며 언제까지 이 지역에 대한 희망고문을 지속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 사업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다.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명시된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적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서울·부산과 함께 국내 금융산업의 삼각축을 완성하는 전략적 비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수년째 ‘추가 보완’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기존 금융중심지들의 반발과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탓에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공약은 선거용 수사가 아니라 국가 신뢰의 문제다.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한 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하다면, 이는 행정의 신뢰 파탄이자 지역 주민에 대한 명백한 기만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성 부족’이나 ‘금융 생태계 미흡’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궤변이다. 금융기관과 인프라는 지정이 선행되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집적·성장하는 법이다. 전북에는 이미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자산운용 규모가 1,000조 원을 훌쩍 넘긴 거대 엔진이 가동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으며, 혁신도시와 만성지구 일대 3.59㎢를 중심으로 자산운용·농생명·기후에너지 특화 모델을 핀테크와 결합한 차별화 전략을 마련했다. 이러한 잠재력을 두고도 지정에 주저하는 것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갇힌 편협한 시각이자 국가적 자산의 낭비다.
물론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수동적으로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정만 해주면 하겠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미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데이터와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전북은 전국 최초 핀테크 육성지구 지정 등 자생적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국민연금과의 연계 모델을 더욱 구체화해 지역 특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한국투자공사, 중소기업은행 등 공공·민간 금융기관 이전을 적극 추진하며 실질적 성과를 쌓아 정부의 보완 요구를 선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특히 지역 정치권의 결집이 절실하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입법·예산 투쟁으로 정부를 압박하지 않는다면, 무능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야를 초월해 전북의 생존권이 걸린 이 문제에 단일대오로 나서야 한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요구나 정치적 구호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해 국토 균형발전을 완성할 마지막 과제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가 반복적인 보완 요구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시대를 표방한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결단으로 응답해야 한다.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세제·재정·인프라 지원을 병행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도민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약속을 외면한 채 시간을 끌수록 그 부담은 결국 정부의 신뢰 위기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