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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동치미를 담그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2.12 15:04 수정 2026.02.12 03:04

 
동치미를 담그며 - 이한진

장 구경은 언제나 설레고 호기심 가득하다
겨울맞이 김장 준비로 장마당이 시끌벅적

트럭에 실린 무 배추 구경꾼보다 더 많아 보인다. 생김이 좋고 붉은 흙 뒤집어 쓴 천수무다발을 보며, 어머니가 담가 주신 동치미를 떠올린다,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새콤달콤한 어린 시절 동치미, 바가지에 떠서 국수 말아 먹고 양푼에 퍼서 밥 말아 먹던 겨울밤, 가난한 시절 동치미 한 사발은 꿀찬이었다. 앉은뱅이 밥상에 둘러앉은 무햇순 같은 자식들, 주름진 어머니 얼굴에 환한 미소, 오순도순 웃음꽃 피우며 저녁을 먹는다. 어머니 동치미 함께 먹던 가족은 세월 따라 멀리가고. 나는 홀로 동치미를 담근다. 무청 달린 천수무 파 갓 고추를 씻으며 그리운 마음도 씻어본다. 절인 무 위에, 쪽파 갓 청·홍고추 달콤한 배 2개 얹는다. 정성스레 만든 뽀얀 국물 가득 채우니 어부가 만선을 이룬 듯 뿌듯하다.

얘들아, 어서 와서 간 좀 보렴. 자식들 불러 모으시던 어머니 음성
11월 가을 햇살은 빠르게 가고, 어머니 향기는 집안 가득하다.
하루의 분주함이 물러서니 어머니가 더욱 그립다.





□ 작가의 말 □

‘그리움’ 이란 ‘시제’로 ‘이야기가 있는 문학 풍경’ 지도 교수님께서 과제를 주셨다. 어머니는 늘 내 마음 속에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좋은 옷을 사 입을 때도, 여행을 가서 멋진 경치를 볼 때도, 용돈을 풍족하게 드리지 못한 일 까지 마음에 아쉬움으로 진하게 남아 그리움을 더한다. 1남 5녀를 키우시느라 병약한 어머니께서는 자주 앓아 누우셨다. 나는 둘째 딸이었지만 어머니가 아픈 것이 마음에 걸려서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를 많이 도와 드리려고 애쓰며, 어머니 곁을 많이 따라 다니던 생각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날 5일장 구경을 갔는데, 붉은 흙이 잔뜩 묻은 무가 트럭에 가득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에 울컥했다. 늘 가족을 위해 희생적이었던 어머니는 김치를 잘 담그셨는데 특별히 겨울철에 많이 먹는 동치미를 담그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어머니 솜씨를 전수받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그 장날, 천수무 세다발을 사서 어머니의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동치미를 담갔다.
동치미를 담그며, 어머니의 손길과 목소리를 추억하고, 그리움을 달래 보지만 세월이 흘러 흩어진 가족과 함께 어머니는 더욱 그리웠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나의 삶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 되어 준다. 동치미는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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