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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북형 청년수당’의 역설… 현금 지원보다 ‘삶의 터전’을 원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09 13:15 수정 2026.04.09 01:15

전북특별자치도가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예산을 쏟아부은 지 수년이 흘렀다. 대표적으로, ‘전북형 청년수당’이라는 이름 아래 매달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원하고, 지역 안착을 조건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의 청년 인구 이동 지표를 보면, 아쉬움은 여전하다. 매년 수천 명의 지역 인재가 짐을 싸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는가. 그간 청년 정책은 ‘수당’과 ‘장려금’이라는 단기적 처방에 매몰돼 있었다. 취업 준비를 돕고 정착을 장려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청년들이 전북을 떠나는 이유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퇴근 후 삶을 풍요롭게 할 ‘문화적 인프라’,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충남의 경우 ‘청년 맞춤형 주거’와 ‘지역 산업 연계’를 결합한 모델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청년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 단지를 저렴하게 임대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함으로써 외지 청년들이 지역에 실제 ‘창업’하고 ‘정주’하게 만드는 실질적 기반을 닦았다.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터전’과 ‘기술’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광주광역시는 ‘청년 창업 및 문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청년들이 직접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체계를 강화했다.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구조라기 보다는 청년들이 제안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가 실제 시정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내가 사는 지역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전북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 구조 개편이다. 전북의 청년 고용 지표를 보면 상당수가 단순 노무나 단기 계약직에 치우쳐 있다. 전북자치도가 유치한 이차전지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지역 청년들이 선망하는 연구직이나 화이트칼라 직군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기업 유치라는 거창한 구호도 중요하지만, 도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워라밸’과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갖출 수 있도록 경영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적 갈증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유출 요인이다. 청년들에게 ‘삶의 질’은 연봉만큼이나 중요하다. 주말이면 서울이나 인근 광역도시로 나가야만 제대로 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청년들에게 전북은 그저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기 쉽다. 전주와 군산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확충하고, 지역 내에서도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영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투자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청년 소외’도 문제다. 지금까지의 청년 정책은 기성세대 행정가들이 만든 틀에 청년들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었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행정적 성과를 내기 쉬운 예산 집행에 치중해 온 것은 아닌가. 이제는 청년들이 직접 지역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예산과 조례에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지역을 이끌어갈 때, 전북은 비로소 그들이 살고 싶은 땅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수혜적 청년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들이 전북에 뿌리를 내리도록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청년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청년이 떠난 전북에는 미래도, 희망도 없음을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치권 등은 엄중히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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