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농번기에 들어선 전북지역의 들녘이 극심한 일손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파고든 ‘외국인 계절근로자 브로커 사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도내 일부 농촌 지역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송출 및 유입 과정에 은밀하게 개입한 무등록 민간 브로커가 이주노동자들에게 터무니없는 알선 수수료를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이들을 다른 작업 현장으로 무단 이탈시키는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기만행위이자, 농정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이다. 도내 전역이 극심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 자체를 지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00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유치해 농가 숨통을 틔웠고, 캄보디아 등 다국적 인력을 대거 확보해 농번기 적기 영농을 지원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파탄 직전인 농촌 인력난을 해결할 유일한 생명선이 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관리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틈타 민간 브로커들이 송출국 현지와 도내 농촌 현장을 연결하며 ‘갑질’과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전북 내 특정 시·군의 경우 외국 현지 도시와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낀 불법 브로커가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에 입국시켜 주겠다"라며 1인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무단 수수료를 갈취했다. 브로커에게 전 재산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본전을 뽑기 위해 불법 체류를 감수하고서라도 임금이 더 높은 유흥업소나 건설 현장으로 입국 직후 무단 이탈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도내 상당수 시·군은 외국 정부와의 MOU 체결 실적을 치적으로 홍보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정작 이들이 입국한 이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수의 담당 공무원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외국인 인력 관리를 전담하다 보니 현장 실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결국 ‘인력 공급책’을 자처하는 민간 브로커들에게 현장 통제권을 암묵적으로 묵인해 준 꼴이 되었다. 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방조한 것과 다름없으며,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를 표방하며 외국인 유치 선도지역을 자처하던 전북특별자치도의 행정 신뢰도에 스스로 먹칠을 한 처사다.
민간 브로커가 개입해 고혈을 짜내는 불법적인 알선 고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가 외국 현지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인력을 직접 보증 및 매칭하는 '공공형 인력중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확대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이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브로커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 시·군 가족센터 및 지역 농협 등과 연계한 '이주노동자 인권 및 고충 상담 전용 핫라인'을 즉각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전북 농촌 경제를 지탱하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동반자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곧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 보여주기식 수치 달성에만 급급했던 구태 행정에서 벗어나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농민들이 안심하고 땀 흘리는 깨끗하고, 투명한 농업 행정 생태계를 구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