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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소규모 초등학교, 기계적 통폐합만이 능사 아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8.06 12:40 수정 2026.08.06 12:40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북지역 교육 현장은 더 고단하다. 도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 중인 ‘적정규모학교 육성 사업’을 두고 농어촌 지역 사회의 반발과 진통이 임계점에 달했다. 도교육청은 최근 몇 년간 전교생 9명 이하의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세워 통폐합을 강도 높게 전개해 왔다. 최근 3년간 도내에서만 무려 20개 학교가 문을 닫았거나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의 작은 학교는 단순한 교육 시설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자 심장이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앞세운 기계적 통폐합 중심의 정책은 농촌 소멸을 가속화하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통폐합 대상에 이름을 올린 무주군의 부당초등학교와 군산시의 선유도중학교는 전교생이 단 1명에 불과했다. 정읍시 도학초등학교(6명), 남원시 금지동초등학교(5명), 부안군 상서초등학교(5명) 등도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3명 수준에 머물러 결국 폐교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폐교 시설들은 지역의 흉물로 방치되거나 주거 인프라로 전환되는 등 처절한 낙후의 그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제는 하나의 면지역에서 학교가 사라지는 순간, 젊은 학부모들의 이주가 완전히 멈추고 마을 전체가 급격한 초고령화와 함께 소멸의 길로 직행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학교가 무너지면 고향도 함께 사라진다"며 머리띠를 싸매고 결사반대에 나서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이기주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이다.물론 교육 당국이 내세우는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과 '교육 재정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명분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으면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지고 복식학급 편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국가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학생 수 중심의 예산 배분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학교의 55.6%가 소규모 학교인 전북교육청은 심각한 재정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가치를 단순한 학생 수 대비 비용이라는 계량적 수치나 경제적 경제성(B/C) 논리로만 재단하려는 발상 자체가 지극히 위험하다. 농어촌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이제 전북 교육 행정은 작은 학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일률적인 통폐합 권고 기준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의 특성을 반영해 최소한 '1면 1초등학교'만큼은 유지하는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학생 수가 적은 단점을 역으로 활용해 맞춤형 AI·디지털 교육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승마·골프·도예 등 대도시 학교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파격적인 ‘특화형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이식해야 한다. 도심의 과밀학급 아이들이 농촌의 청정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북형 공동통학구제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농촌유학사업의 연계도 검토할만 하다.
나아가 소규모 학교 살리기는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함께 스크럼을 짜야 하는 광역 행정의 과제다. 도와 시·군은 작은 학교가 소재한 농촌 마을에 청년 귀농·귀촌인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을 파격적으로 공급하고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연계하는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 학교와 마을이 하나의 유기체로 묶여 상생하는 ‘로컬 교육 공동체’가 살아날 때 비로소 지방 소멸의 거대한 둑을 막아설 수 있다. 주민들의 핏줄 섞인 호소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고 정당한 교육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상생과 포용의 전북형 교육 미래지도를 다시 그려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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