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민생 경제의 심장인 소상공인과 자영업 상권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高)’의 장기화 직격탄을 맞아 처참하게 무너지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및 지역 경제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주와 군산, 익산 등 도내 주요 도시 상권의 자영업자 폐업률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때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구도심 골목길마다 ‘임대’ 문의 현수막이 흉물스럽게 내걸렸고, 영세 상인들은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 이자와 치솟는 재료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마치고 민선 9기 정식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금, 새로 선출된 단체장 당선인들과 각 지자체 인수위원회는 이 참혹한 민생 현장을 도정 및 시·군정의 가장 절박한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몰락은 지역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는 도미노 붕괴의 서막이다.
골목상권이 고사하면 서민 가계의 소득 기반이 무너지고, 이는 곧바로 지역 내 소비 둔화와 내수 침체라는 치명적인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전북의 청년들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했던 창업 전선에서조차 청년들이 빚더미에 앉아 고향을 떠나는 현상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외형적 성과를 자랑하는 대기업 유치나 수조 원 규모의 새만금 투자 청사진도 도민들의 가장 일상적인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이 붕괴한다면 한낱 부질없는 서류 조각에 불과하다. 민선 9기 지방정부는 거창한 거시경제 담론이 아니라, 당장 숨이 넘어가는 지역 자영업자들을 살려낼 ‘소상공인 종합 구호 텐트’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한계 상황에 다다른 소상공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금융 심폐소생술’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생색내기식으로 추진해 온 소규모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이나 생색내기식 대출 대책으로는 지금의 거대한 위기를 막아서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자치도와 14개 시·군은 비상 재원을 짜내어 영세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는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지역 내 돈이 돌 수 있도록 혈류를 뚫어주는 ‘착한 소비 진작 대책’도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전주돼지카드, 익산다이로움, 군산사랑상품권 등 도내 각 지자체가 운용 중인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여름철 한시적으로라도 인센티브 요율과 할인 한도를 최대치로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 대신 우리 동네 골목상점과 착한가격업소를 찾도록 유인책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방적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란 등으로 영세 상인들에게 추가적인 박탈감을 주는 행정적 엇박자를 경계하고, 철저하게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상생 중심의 유통 정책 기조를 확고히 다잡아야 한다.
이와 함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폐업을 선택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 않도록 ‘안전한 퇴로’를 열어주는 일도 지자체의 책무다.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거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실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업종으로의 원활한 전환이나 재취업을 돕는 '밀착형 행정 컨설팅 및 재기 지원 패키지'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 실패한 자영업자가 다시 일어서는 기회의 사다리가 튼튼할 때 비로소 전북 경제의 자생력도 회복될 수 있다.
민선 9기 새 지자체장들의 취임식의 화려한 예산을 아껴 당장 내일 아침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시장통 상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생 행정이 우선이다. 당선자들의 단체장 취임 전 인수위 막바지 단계인 이 순간부터 자영업 폐업률 전국 최고라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구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벼랑 끝 골목상권을 살려내기 위한 전방위적 구호 행동에 전력 투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