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병력 3만 명을 추가로 파견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실제 파병이 이뤄진다면 이는 단순한 병력 지원이 아니다. 북·러 군사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사건이자,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군 약 1만 5000여 명이 러시아에 파병됐고, 이 가운데 7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미 수백만 발의 포탄과 KN-23,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러시아에 제공했다. 여기에 3만 명 규모의 추가 파병까지 현실화된다면 북한이 얻는 것은 외화만이 아닐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식량과 석유뿐 아니라 현대전의 실전 경험과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확보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전과 전자전, 장거리 정밀타격, 참호전 등 현대전의 양상을 직접 체득하게 된다. 또한 자국의 미사일과 방사포를 실전에 운용하면서 성능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 실전에서 축적된 경험은 평시 훈련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중요한 군사적 자산이다.
러시아 역시 지금 2년 전보다 병력난이 심화된 상황이다. 누적 사상자가 100만 명을 넘으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파병이 현실화된다면 러시아는 김정은 정권의 군사기술 이전 요구를 이전보다 폭넓게 수용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을 넘어 정밀 미사일과 위성 등 핵심 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려되는 대목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다. 북한은 정찰위성 운용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고체연료 미사일 유도기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까지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결합한다면 한반도의 전략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군사기술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급력은 단순한 무기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정찰위성 능력이 고도화되면 한미 연합군의 움직임을 보다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북한의 핵전력 운용 능력도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축적한 현대전 경험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다면 한반도 안보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급변하는 안보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위협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대응은 여전히 기존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가장 큰 교훈은 국가안보의 출발점이 정보라는 사실이다. 상대의 의도와 능력을 먼저 파악하지 못하면 어떤 군사력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하지만,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동맹만으로 모든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독자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 역량을 갖춘 나라만이 위기를 먼저 읽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군사정찰위성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대북 정보망과 사이버 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 분석체계를 구축하고 우주·사이버·전자전을 아우르는 미래전 대비 능력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아울러 드론 대응체계와 미사일 방어 능력, 전자전및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전쟁 양상에 부합하는 교리와 훈련체계도 갖춰야 한다.
안보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북·러 군사협력은 특정 정부나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여야는 초당적 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국가안보전략과 정보·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장기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역사는 안보를 소홀히 한 국가가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렀음을 보여준다. 평화는 바람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강한 국방력과 치밀한 정보력, 그리고 국민적 단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북·러 군사협력은 이제 한반도 안보의 지형을 바꾸는 전략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도 과도한 불안도 아니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준비, 그리고 초당적 안보 역량의 결집이다. 그것이 격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