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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월요시문학 <명옥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8.02 15:18 수정 2026.08.02 03:18


명옥헌 - 유정남

배롱나무꽃 별밭을 찾아왔는데
지금은 절정이 아니라 한다

보고 싶은 붉은 은하는
가장 뜨거운 계절에 온다는 소문 풀어놓고
별서정원 배롱나무 희롱하는 바람

속살 쓰다듬자
떨리는 나무초리

손길 거두면 감추고
바람 닿으면 흔들리는 온도

백일 향기 모셔 오느라
명옥헌 대낮은
떨림으로 숨 막히는데

어떤 가지의 애무에도 떨리지 않는
내 가슴 계절을 잃어

자미원 둥근 길을 헤매는 당신

연못 반대편에서 카메라 버튼을 누른다


<시작노트>

자연을 품은 정자만으로도 좋지만, 배롱나무꽃 한창인 여름 명옥헌은 더 좋다. 이토록 아찔해도 괜찮을까? 조선의 선비 오이정이 아버지가 은거했던 망재 인근에 터를 잡고 명옥헌을 지을 때, 연못 둘레에 배롱나무 수십 그루를 심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꽃은 허공에만 피지 않는다. 물속에 비치는 배롱나무가 꽃을 그만큼 더 피우고 고요한 물은 떨어지는 무수한 꽃잎을 받아낸다. 붉은 은하의 세계를 거닌다는 착각 속에 누구나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절정이 아닐 때도 좋다. 쓰다듬어주면 파르르 떨리는 배롱나무의 감각만으로 우리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배롱나무꽃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계절, 명옥헌에 여름이 온다.

>유정남 약력>

2018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
메일: tototo20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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