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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이농심행 무불성사’- 故 농심 신춘호 회장의 경영철학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1.04.13 18:15 수정 0000.00.00 00:00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 e-전라매일
우리나라의 식품업계를 주도했던 율촌(栗村) 신춘호 농심 회장이 얼마 전 타계했다.
경영 이념이 남달라 필자가 존경하는 기업인 이었기에 아쉬움도 컸다. 광복 이후 경제개발 시절 당시 배고팠던 한국인의 먹을거리를 걱정했고,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의 마음으로 음식문화를 이끌었던 신 회장이 농심을 국내 1위 라면회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어낸 그의 경영철학을 소개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신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사를 설립하였고,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농심이라는 말은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의 줄임말로 성실과 정직으로 행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농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신 회장은 1958년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을 도와 제과사업을 시작했으나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던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움직였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면서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일을 추진했다.
56년간 기업을 운영하며 보여준 그의 브랜드 철학도 확고하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해야 하며, 제품의 이름은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명쾌하여야 하고 한국적인 맛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또 회사 설립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당시 라면산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기술을 도입하면 제품 개발이 수월했겠지만, 농심만의 특징을 담아낼 수도, 나아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의 집착으로 현재 농심 식품연구소의 수준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
안성공장 설립 때도 국물맛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선진국의 관련 제조설비를 검토하되, 한국적인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턴키방식의 일괄 도입을 반대했다.
선진 설비지만 서양인에게 적합하도록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농심이 축적해 온 노하우가 잘 구현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주문한 것이다.
신 회장은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식품에 재치있는 브랜드 색을 입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한 안성탕면이나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한 짜파게티,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은 새우깡 등 농심의 역대 히트 작품은 모두 신 회장의 손을 거쳤다.
대표작은 역시 ’신라면‘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당시 브랜드는 대부분 회사명이 중심으로 되어있었고,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이 중요하다며 임원들을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당시 직원들에게 “나의 성(姓)을 이용해 라면 팔아보자는 게 아니다. 매우니까 간결하게 ‘매울 신(辛)’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적극 권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라면은 1991년부터 국내시장을 석권하는 국민라면으로 등극했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그는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라며 자신했다.
신라면은 미국시장에서 일본 라면보다 대략 3~4배 비싸다. 월마트 등 미국 주요유통채널에서는 물론이고, 주요 정부시설에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신 회장은 떠났지만 그의 경영 철학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은 영원할 것으로 믿는다.
신 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은 농심은 앞으로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배가 고파 고통받던 시절, 내가 하는 라면사업이 국가적인 과제 해결에 미력이나마 보탰다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산업화 과정의 대열에서 우리 농심도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서 “이제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발걸음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의 농심 가족들이 나는 정말 자랑스럽다.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힘을,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순수하고 정직한 농부의 마음으로, 식품에 대한 사명감을 가슴에 새기면서 세계로 나아가자”고 항상 직원들을 독려했기에 지금 그가 더욱 그리운 것이다.




전석진
편집위원
사)온누리안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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