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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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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에 취하기 시작하면 또 그렇게 한 해가 시작된다. 제주의 유채꽃에서부터 매화꽃과 벚꽃 소식이 밀려온다. 그 꽃들이 지고 나면 거리의 가로수에서 이팝꽃이 피고, 아카시아꽃이 피어난다. 보라색 등꽃, 오동꽃도 한몫을 한다. 자주 강변길을 달려 출근을 한다. 강변길 달리면서 나무들과 꽃을 보며 가슴 설레고 행복했던 느낌들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그렇게 좋아하던 나무들인데 꽃이 필 때라야 그 나무를 알아보는 것이다. 모과나무처럼 줄기가 얼룩무늬로 특이한 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이다. 그러다가 일제히 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아, 저 나무가 이팝이었지, 저 나무가 아카시아였지라고 기억해 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나무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반짝하고 존재가 빛을 낼 때에만 그 존재를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이다.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더 많다. 우리는 얼마나 더 빛을 내야 그 존재를 바라봐 줄 것인가. 빛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은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듯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과 비교하고 슈퍼스타와 비교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졌고, 남을 이기는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자신에게 다그치고, 주위에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그들을 사랑하는 한 방식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우리 몸도 50조의 각각의 세포가 모여 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는 세포들이 연합되어 모인 공동체라는 것이다. 참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는 인류라는 한 생명체 속의 세포인 것이다. 너의 아픔도 나의 아픔인 것이고, 너의 기쁨이고 나의 기쁨인 것이다. 너와 내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삶이다. 과학의 패러다임도 대전환을 맞이하는 시대이다. 인간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고 응원해 주자.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인간이라는 존엄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일상으로 살아가자. 꽃 필 때만 기억하지 말자.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아있을 때도 기억해 주자. 온전히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자.
/선 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