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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공인이면서도 그의 업적 중 ‘죽난시사(竹欄詩社)’동아리를 결성하여 지역 문학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시인이었다.
다산은 정치, 경제, 예학, 법률, 천문, 문학, 교육 등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다산학이다. 문학 활동의 가치란 무엇일까? 어느 시골 깡촌 주민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시로 엮어내는 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시집 하나 구술해 낸다면 어떨까?
최근 화제가 된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시집은 동상면 주민 100여 명의 삶을 채록한 구술시다.
어르신들은 직접 글을 쓰기 어렵다. 나는 어르신들의 손, 귀, 입이 되어 가슴 속 빗장을 풀어냈다. 삶을 받아 적었다. 코로나의 틈새를 비집고 시작한 작업이 쉽지 않았다. 함부로 어르신들의 말씀에 사유를 넣거나 멋을 부리지 않았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투박함을 그대로 옮겼다.
시집에 서평을 해주신 윤흥길 소설가(대한민국예술원 회원)는 ‘손수 글을 옮기지 못해 구술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그 무명 시인들의 가슴속 통나무 안에 애당초 누가 그토록 영롱한 시심을 심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은 ‘마음에 응어리진 말을 종이에 쏟아내니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산이 되었다.’고 평가를 했다.
서점에 널린 수천 권의 시집들, 모두가 시인들의 이야기다. 시인 공화국이다. 울림과 감동이 있는 시란 무엇일까? 100세 어르신의 삶을 받아 적으니 1세기 드라마였다. 흘린 눈물까지 글로 못 담은 게 아쉽다. 된장국처럼 구수했다. 평범한 이야기가 뜨겁게 감치고 휘감치는 이 느낌, 반응이 뜨겁다.
출판회에서 어르신들은 눈물을 흘렸다. 일제·6.25 전쟁·빨치산·수몰된 삶의 응어리가 구술시에 녹아내렸다.
어르신들은 자랑거리가 생겼다. 방송과 신문에 특집 보도가 되니 부끄러워하신다. 100세 백성례 어르신은 가슴에 맺힌 사연들 뱉어내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신다.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영감 따라 후딱 가는 게 소원여’라고 웃으신다.
붉은 홍시 시집이 가가호호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홍시 맛은 더 달달할 것 같다.
/박병윤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