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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불합리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질보다는 분위기에 휩싸이고, 목적과 명분보다는 누군가가 주장하면 거기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특이 지연, 혈연, 학연 그리고 직연으로 연결된 지방일수록 그 현상은 증가한다. 여기에 특정 정치집단이 가세하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기관 포함 이해관계자 집단이 몰아가면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6.1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전주-완주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과거의 광산군과 송정시의 통합한 광주광역시, 마산·진해·창원을 통합하여 100만 특례시로 거듭난 창원시 그리고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를 모델로 100만 광역도시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오랜 도전 끝에 완주군수로 당선된 유희태 완주군수는 행정통합에 앞서 경제·교통·문화예술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역시 전북이 소외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해 통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였다. 민간 통합 추진 조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통합을 정작 중요한 왜 통합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고 설득력이 낮다. 통합을 하는 큰 목적은 2020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른 인구 100만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즉 ‘특례시’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누려보자는 것이다. 특례시 자격 부여는 인구수 외에는 어느 것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인구 100만을 만드는 통합”이어야 한다.
어떤 통합을 하더라도 100만 명이 못 미치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본질’이고 이것이 ‘달’이다. 그런데 우리지역의 통합논의에는 본질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전주-완주 통합 즉 75만 명으로 가는 통합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은 오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인구 100만 만들기 통합에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발상을 전환하자. 과거 3번(1997년, 2009년, 2013년)에 걸쳐 성사되지 못한 완주-전주 통합추진은 다분히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했고 또 정치적 이유로 실패했다고 본다. 지금도 동일한 프레임, 즉 전주-완주 통합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앞서 언급한 통합의 본질이 특례시로 승격이어야 한라면 [전주-완주 통합]이 아닌 [100만 도시 통합]이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공간적으로 인접한 [전주-익산-완주]통합 추진을 제안한다. 전주-익산-완주 통합은 102만 명으로 특례시 기준을 충족한다. 만약 완주의 반대가 있으면 김제시가 통합에 참여하여도 100만 명을 넘긴다.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 안양시-군포시-의왕시가 100만 특례시를 지향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
둘째, 100만 통합 특례시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생계급여 등의 공제액 상향조정으로 시민복지 혜택 증가, 원활한 행정 수요에 대응하도록 행정 권한 확대, 정부 사업 및 대규모 재정투자사업 유치, 행정 절차 간소화로 신속한 정책 결정 및 질 높은 행정 서비스 제공, 재정수입 증가로 인한 도로, 교통, 문화, 체육시설 등 도시 인프라 확충 그리고 도시 경쟁력 상승 등에 따른 지가 상승 등을 설명하라. 이처럼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주민 눈높이에 맞춰 어필해 보라. 그렇게 하면 주민은 움직인다. 그 어떤 정치적 수사보다도 힘이 있다.
셋째, 진정성이 담보된 절실한 추진이다. 주민을 위하여 일하는 정치인의 진정성이 담보된 의지표명과 아울러 비 정치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국회의원 모두 일 잘했다고 주민들로부터 선택 받았다기 보다 정당의 선택(공천)에 의해 선택받았음은 지난 30여년의 경험이 반증한다. 그 만큼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해 냈던 기억이 없다. 이번 통합추진은 반드시 이루어내고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잘한 성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야무지게 제대로 다가가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번의 통합추진이야 말로 “하는 척”만 하거나 나도 참여했다는 숟가락 하나 얹는 정치지도자가 없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우리 지역은 별다른 성과 없어도 조직과 기득권 등으로 재선, 3선을 누렸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정치, 경제적으로 줄어들어 왔다. 인구감소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우리 지역의 정치 지도자라면 이번 통합에서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하는 척만 하다가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일을 해 본 사람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그리고 뭔가를 이루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과 하는 척만 하는 사람은 일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 지난 지방선거로 전북의 미래를 이끌어갈 단체장들이 대부분 바뀌었다. 모두 일을 해본 경험과 지혜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기대가 크다. 통합을 위한 주민 공감대 형성, 주민을 위한 미래비전 설정, 보텀업 중심의 추진조직 구성, 추진전략과 로드맵 마련 등 실질적으로 나서 주어야 한다. 앞으로 3년, 전라북도의 운명을 바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100만 도시 통합”을 기대해 본다.
/박상문
전북과미래연구소 부소장
경영컨설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