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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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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솜옷을 입고 호화로운 가죽 코트를 입은 사람 옆에 서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而不恥者)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병들었다고 하네. 나는 가난한 것이지, 병들지는 않았소이다.” 공자의 제자들에 관한 얘기다. 전자는 자로의 높은 학문적 경지를 칭찬한 것이고, 후자는 위나라 재상이 되어 전일의 부끄러운 일을 사과하러 간 자공이 행색이 초라한 동문 원헌을 만나보고서 어디 아픈가를 묻는다. 누항에 거처함에도 원헌은 그 사실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물었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 자공은 곧바로 되돌아갔고 평생토록 이를 수치로 여겼다. 평소 스승으로부터 늘 주의를 받았음에도 자공은 그만 또 실수를 범하고 만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외물에 흔들림 없이 언제나 마음이 바른 자로와 원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외모의 빈약과 재물의 부족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올바름을 유지하는 심광체반의 자세다. 가난하거나 감기에 걸렸거나 상사병을 앓고 있으면 어딘지 자신도 모르게 그 병폐가 밖으로 나타나지만 수양이 된 군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감기에 기침하지 않으며 사랑에 치근거리지 않으니, 이 역시 안회도 마찬가지였다. “어질구나, 안회여! 초라한 국밥과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남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지만 안회는 그 즐거움이 변치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 찌든 가난에도 흔들림 없이 도를 즐기는 안회의 심광체반을 스승은 두 번이나 칭송한다. 이처럼 재물은 집을 호화롭게 하지만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여 마음을 넓게 하고 몸을 바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善으로써 몸을 가득 채우는 자강불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선덕을 쌓으면 은연중에 그것이 몸 밖으로 나타나게 된다. 선한 도덕심이 꽉 차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 결과 얼굴과 행동으로 드러나서 밝고 환한 얼굴이면서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말하고 행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자신에 진실하면서 늘 신중하고 부끄럼 없도록 노력해야 가능한 경지다. 그러기에 군자는 그 뜻을 진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대학은 가르친다. 무릇 소인배는 자신을 속이길 다반사로 하면서 혼자 있을 때는 온갖 불선을 다 저지르다가도 군자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한척한다. 이렇듯 인간의 얼굴은 마음의 간판이고 삶의 이력이며 그 풍경이 되니 행동을 결코 감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맹자는 그렇게도 호연지기를 강조했나 보다. 마음에 가득 찬 넓고 크며 바르고 강한 기운으로 어떤 일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하는 기백이다. 이러한 심광체반을 위해서 평소 맘속에 떳떳하고 의로운 기상을 가득 채우는 노력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유세한다. 이로 말미암아 맑고 화평한 기운이 밖으로 훤하게 드러난다는 수면앙배(睟面盎背), 겉으로는 유약한 것 같지만 안으로는 강하다는 외유내강(外柔內剛), 최근에 강조되는 공명정대나 지덕체의 조화로운 통일, 그리고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윤동주의 시어도 모두 같은 의미라고 하겠다. 이와 같이 심광체반의 자세가 길러지면 평소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등 모범적인 행동을 함은 물론이고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반드시 몸을 던져 살신성인하는 대자유인이 된다. 국란에 분연히 일어선 의병들이나 학도병 그리고 이웃의 어려움에 참지 못하는 대자선가 역시 이의 다름이 아니다. 사욕이 없으니 바람이 없고, 인욕에 집착하지 않으니 원망 살 일이 없으며 불손할 바가 없으니 세상 모든 게 내 것이면서도 언제나 훌훌 털 수 있는 것이다. 이끝을 탐하고(貪), 인욕에 성질내며(瞋), 바름을 구별 못 하는 무지(痴)를 벗어던지면 누구나 가능한 심광체반의 평화가 깃든다. 진실된 마음으로 세상과 통할 수 있는 시작과 끝이면서 성현들이 지금껏 외쳤던 가르침이다. 화와 복은 들락거리는 문이 없고 오직 제 행실에 의해 자초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필부에겐 벌써부터 추운 겨울 아랫목의 따뜻한 온기처럼 길들여진 게으름이 먼저 발목을 잡는다. “등허리에 느껴지는 아랫목의 따뜻한 온기/ 오히려 밖의 추위를 염려하는 관대함에/ 선뜻 떨치지 못함은 우유부단한 미련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엉덩이의 간절함/ 슬며시 긍정해가는 단맛은/ 이들과 더욱 친해지고 싶은 간사함이다// 박차지 못한 아쉬움/ 서서히 그들과 동거를 준비하는 나태는/ 게으름의 포로가 된 비겁한 만족이다// 일어나지 못하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영원히 날지 못할 안일한 마약/ 용기만이 그 방패다// 그건 너도 그렇겠지만/ 난 특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