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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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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의 합창이 울리고 산천이 가을 발표회를 하듯 가을 색을 입으며 깊어 간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을 하면 생각나는 곳을 찾아 길 위를 달린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산과 산 사이를 달리거나 산속을 뚫어 터널로 된 길을 가게 된다. 차창 밖을 보니 푸른 들판을 지나다가 멀리 산자락을 스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산 중턱도 편안하게 갈 수 있다. 고속도로가 있어 하루의 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는 화물차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있었다.우리나라는 김정호의 지도로 지금의 일일생활권이 쉽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의 생을 더듬어 본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백두산을 일곱 번을 밟았다고 생각하니 그의 업적에 머리가 숙여진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을 만큼 꼼꼼하고 거리와 산의 높낮이까지 알 수 있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김정호는 ‘산의 뿌리를 찾는 자’ 고산자라는 호를 썼는데 그의 관심은 바로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가능했다. “나는 세계를 다니며 세계지도를 만들고 자네는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 친구는 바로 최한기이며 실학자, 철학자, 사상가이며 1830년에서 1867년까지 번역하거나 지은 책이 일천 여권이 넘는다고 한다. 전주에서 동부 인터체인지를 지나 중부 고속도로를 지나 영동 고속도로를 향하여 평창군 봉평면까지 가면서 선인들의 발자취를 편안하게 차로 가고 있었다. 봉평면까지 다다르니 귀가 멍멍해지는 고산증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지대가 높은 곳임을 알 수 있었고, 산허리는 평평한 들판이 펼쳐지며 산길 사이에도 드넓은 메밀밭이 펼쳐져 눈앞이 훤했다. 달빛에 메밀밭을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마치 봉평장이 열리고 있었다. 산나물과 감자전, 메밀전병과 메밀가루, 버섯류, 호박엿을 파는 산골 마을의 정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은 장날 주막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이야기를 동이와 나누며 자신의 추억과 같은 동이 어머니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동이가 왼손잡이임을 알게 되어 아들임을 암시하며 마무리되는 소설이다. 이효석은 평창군 안에 있는 봉평면을 소설을 통해 알렸다. 동이가 허 생원을 업고 건넜던 냇가는 옛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서운했다. 작가가 소설의 배경으로 택한 곳이 전국에 알려져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봉평면은 이효석 생가와 문화마을이 있고 마을 사이에서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여전히 그때의 먹거리를 찾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작가의 작품 속 무대가 있어 여운이 남는 곳을 돌아보며 발길을 돌렸다.
/김은유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