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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요일별 특집

[온고을 문학산책] 쯧쯧, 단풍잎의 상상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2.10.11 18:48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사람들이 산을 걸어 넘으며 귀신을 보는 정도의 일이 흔했던 것은
신선이 된 사람과 퇴화된 신선이 사람으로 사는 일이 많아서였다

축지법의 전수도 일부 남아있었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초능력이 있었다

애들은 시간의 흐름을 숫자로 느끼는 감각을 갖고 있어서
시계 없이도 시간을 맞추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문명은 점점 새로운 세상과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인간은 툭하면 아프고 기계의존 공황장애 신선으로 꾸준히 전락해 왔다

급기야 초능력은 특별한 체험이나 능력이 된 시대가 되어
산에 온 사람들은 어쩜 저리 나약한 인형 같은지

단풍구경거리를 일삼아 나온 사람들은
본인들이 잃어버린 것에는 관심도 없이 산의 웅장함과 색의 신비함에 감탄을 해댄다

책갈피로 쓰려고 소심하게 잎이나 주워 담는
기구와 기계 없이는 산에 다니지도 못하는 타락한 신선들이여

<시작노트>
몇 해 전 어쩌면 우리보다 오래 살아온 자연들은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이 문명이 발달하며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단풍구경을 했다. 산책길에서도 숨 가빠하는 나의 나약함에 대해서도!

/이 규 진
전북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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