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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2.10.12 17:53 수정 0000.00.00 00:00

‘때’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혜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맞이하여
두려움 없이 오늘과 미래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보자

ⓒ e-전라매일
사람들은 날마다 좋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더 빨리, 더 많이 소유하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크면 클수록 초조함에 더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망한다고 만사 뜻대로 이루어지던가?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용한 시간을 뜻하는 말에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있다.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 1년 365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객관적 시간이며, 카이로스는 사람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다르게 적용하는 주관적 시간으로서 “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하거나 쓸모없는 일을 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간에 생이 끝나는 시간까지 어김없이 지나간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어떤 의미 있는 일을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고 노력하고 기도하면서 기다렸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는 “때”를 말한다. 만일 꽃봉오리를 쳐다보며 아름다운 꽃을 빨리 보고 싶다고 꽃잎을 하나하나 펼치면 무엇이 되겠는가? 크로노스만 믿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것인가? 한 송이의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싶으면 먼저 꽃씨를 심고, 아름다운 꽃을 기대하며 정성을 들여서 물주고, 햇빛을 받게 하고, 싱싱한 공기를 맡게 하면서 아름다운 꽃이 필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목적을 달성하기까지는 크로노스의 시간 안에서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올바른 일을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카이로스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인간다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성스럽게 꽃나무를 가꾸었지만 전혀 생각지 않게 어느 날 갑자기 태풍이 불어 닥쳐 그 꽃봉오리를 꺾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린다고 이룬다는 보장이 없으며 서두른다고 일찌감치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카이로스는 노력하며 기다렸다가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지나치면 다시 붙잡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의 순간순간을 삶의 의미로 채워 즐기면서 자신의 의미 있는 역사를 완성해가는 것이 희망이고 행복이다.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그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정성스럽게 꽃나무를 가꾸며 변화해가는 과정의 순간을 충분히 즐기자는 것이다. 그러면 꽃을 피우는 그때가 조금 더디 오더라도 상관없이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행복할 것이다. 설사 그때가 아니 오거나 기대에 미치지 않게 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행복을 누렸음을 깨달으면 그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수월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카이로스의 때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노력하여 의미 있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카이로스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때”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혜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맞이하여 두려움 없이 오늘과 미래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보자.

/최 인숙
호원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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