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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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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뚝 떨어진 가을 날씨에 언제부터인지 불청객처럼 찾아온 수족냉증 환자처럼 발끝이 시리다.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그런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다가 맨발 걷기 경험담에 관한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시작해 보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맨발 차림에 아파트 문을 나서 보지만, 흙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아도 온통 아스팔트 아니면 시멘트로 만든 보드 블록이 차지하고 있다. 들판을 나가 찾아보아도 흙길은 찾을 수가 없다.
농기계가 다니는 농로뿐만 아니라 마을 구석구석 골목까지 온통 시멘트로 덮여있다. 신발에 흙 조금 묻는다고 포장되지 않은 비포장길이나 골목이 있으면 손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달라고 난리를 친다. 우리만 살겠다고 땅에 숨통을 막아놓고 편리함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 무거운 시멘트 범벅을 뒤집어쓰고 있으려니 얼마나 숨이 막힐까? 마음이 답답해진다. 폭우가 내리면 도심 속 도로가 침수되고 물난리가 나는 근본 원인도 곱씹어 보아야 할 일이다.
유년 시절 운동장에서 마을 골목에서 맨발로 달리기를 하고 공을 차고 비석 치기를 하며 흙과 함께 놀았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아득한 풍경이지만 그 흙길이 더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누가 일부러 길을 내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지구의 맨살이 드러났던 황톳길,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물길 흐르듯 따뜻하고 보드랍던 고실고실한 흙의 감촉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도시는 딱딱하고 차갑고 살벌한 아스팔트가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고층 아파트가 모두 점령해 버렸다.
우리는 문명과 발전이라는 구실 하에 인간의 원적지인 흙과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근원이 흙이기 때문에 흙 기운을 받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발도 몸의 작은 일부이지만, 몸 전체를 지탱하고 세워주는 나무의 뿌리와 같다.
발바닥에 신체의 각 부분과 연결된 혈 자리가 집결돼 있는 것도 이러한 관련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흙을 찾아가야 한다, 그곳에 길이 있을 것 같다.
긴 생각 끝에 건지산 편백 숲길이 섬광처럼 번득인다. 편백숲이 잘 보존된 보드란 흙길, 그곳에서 흙을 만나보아야겠다.
거기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발걸음은 건지산 편백숲을 향하고 있다.
/유인봉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