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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사설 - 도서관은 도시의 품격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6.26 13:11 수정 2025.06.26 01:11

자연과 문화, 여유와 지식이 공존하는 공간. 아중호수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 도서관은 음악특화 도서관으로, 단순한 공공시설 하나가 추가로 개관했다는 개념을 뛰어넘는다. 도시가 어떻게 사람의 삶을 품고 가꾸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려 있는 아중호수도서관은 ‘책의 도시 전주’가 또 하나의 날개를 단 의미 있는 도전이자, 성과이다.
아중호수도서관은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이 도서관은 관광지의 기능을 넘어선다. 음악자료공간, 음악감상공간, 청음공간, 열람실, 프로그램실 등으로 구성된 902㎡ 규모의 이 공간은 책과 음악, 그리고 자연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전주만의 ‘문화 복합 플랫폼’이다. 특히 클래식, 재즈, 팝, OST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LP자료와 음악 주제 특화 도서는 기존 도서관과는 차별화된 문화 경험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닌, ‘경험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고품질 청음기기로 아날로그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감성적 공간은 물론, 시민 참여형 버스킹 ‘음악캠프’, 음악 인문학 강연, 교향악단의 연주와 해설이 결합된 ‘클래식 플라즈마’까지 도서관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도서관의 기능이 정보 제공에서 감성 자극과 사회적 연대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개관은 전주시 도서관 정책의 흐름 속에 놓고 볼 때 더욱 의미 깊다.
김승수 전 전주시장은 재임 시절, 도서관이 단지 책을 쌓아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모이고 머물며 꿈꾸는 ‘도시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행정 여정을 책 ‘도시의 마음’을 펴내며, 도서관을 도시의 품격과 연결된 공공자산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철학은 현 우범기 시장의 실천적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서관을 공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결국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전주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도서관 친화 도시’로 평가받는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도서관이 들어서고,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히 책만 보는 곳’이 아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커뮤니티의 중심이자, 문화예술이 스며드는 생활 속 공공장소가 되고 있다. 이 같은 공간은 차이도 차별도 없다. 누구나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문화적 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도 삶의 풍요를 제공한다. 결국 도시의 공공성은 이렇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에서 구현된다.
김 전 시장은 자신의 책을 통해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강조했다. 그릇이 작거나 왜곡되면 시민의 삶도 그에 맞춰 제약받는다. 반면,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그릇이 된다면, 도시는 그 자체로 시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
전주가 펼쳐 온 도서관 정책은 바로 그 ‘그릇을 빚는 일’이었다. 이번 아중호수도서관 개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제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공간을 만들었다면, 그 공간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채워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 프로그램의 다양성,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이 이어질 때, 도서관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 생명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는 더 촘촘한 운영 시스템과 예산 지원, 전문 인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
도서관은 도시의 품격이다. 아중호수도서관은 ‘책과 음악이 흐르는 도시 전주’라는 정체성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이정표다. 사람을 향한 도시, 모두를 위한 공간, 그리고 미래로 열린 책의 도시. 전주는 그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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