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 호병탁
당숙어른 손에 매달려
주먹만 한 보따리 꼭 안고
정거장에 내린 단발머리 아이
집 떠날 때 많이 울었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낮선 거리
낮선 친척을 보고
아이는 겁먹은 얼굴로
자꾸만 아저씨 뒤로 숨어들었다
역전식당에 데리고 갔지만 먹지 않았다.
제 어미 보고 싶어
눈물 그렁그렁 입 삐죽대며
언제 집에 가냐고 벌써,
벌써 묻고 있었다.
아이 두고 내려갈 길
난감해진 당숙어른
말도 없이
막걸리 한 주전자 바닥내고 있었다.
저 어린 것
눈에 밟혀
까르르 웃기 잘하던 새파란 옥실댁
먼 하늘 강 제대로 건너기나 했을까
늦가을 찬비가 역사에 추적이고 있었다
<약력>
시인,문학평론가.한국외국어대,원광대대학원(문박).
시집<칠산주막>,평론집<나비의 궤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