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문화예술 조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가 현장에서 시작됐다.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북 성평등 문화예술 네트워크(전성넷)가 3일 고창문화관광재단에서 진행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 ‘공기를 바꾸는 실험’은 이름 그대로 조직의 일상적 풍경을 낯설게 꺼내놓는 자리였다.
이날 오전 10시, 고창문화관광재단 2층 세미나실에는 전성넷 활동가와 재단 직원 20여 명이 모였다. 교육은 흔히 보는 강의식이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장면, 점심 식사 자리, 행사 준비 과정 등 평소 업무에서 흔히 마주치는 장면들이 즉석에서 연극처럼 펼쳐졌다.
참여자들은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조직 내 ‘습관처럼 굳어진 말투’, ‘알게 모르게 이어진 서열 구조’, ‘눈치 보게 만드는 분위기’를 하나씩 드러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순간들이 조명 아래 놓이자, 곳곳에서 공감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교육에 참여한 한 직원은 “실제로 회사에서 많이 겪는 장면이라 몰입이 잘 됐다”며 “그동안 무심코 내뱉었던 표현 중 성차별적인 말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조금 뜨끔했고, 그만큼 배운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성넷이 직접 개발한 지역형 성평등 교육 모델로, 지난 몇 년간 축적된 네트워크 활동 경험이 녹아 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성평등은 ‘올바른 말’을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익숙한 공기를 바꾸는 과정”이라며 “전북 지역의 문화예술 조직이 조금 더 편안하고 공정한 구조로 변화할 수 있도록 계속 실험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성넷은 2020년 출범 이후 비평집 발간, 기획전, 아카이브 사업 등을 이어왔으며, 올해 9월에는 ‘제18회 양성평등문화상’ 단체부문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받으며 활동력을 인정받았다. 네트워크에는 고창·군산·부안·순창·완주·익산 문화재단과 전북문화관광재단, 전북대 여성연구소, 전북여성가족재단, 여성문화예술인연대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이번 시범 운영 결과를 반영해 내년 상반기 전북 지역 문화재단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교육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전성넷은 4일 ‘전북 성평등 네트워크 포럼-수선25: 성평등×문화예술×정책’을 열고, 지역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