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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19 비상벨 울렸지만 출동 안 했다’

송효철 기자 입력 2025.12.11 17:50 수정 2025.12.11 05:50

80대 숨진 김제 화재, 119 상황실 ‘오판’이 비극 키웠다

김제의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80대 노인이 숨진 사건이 119 상황실의 부실 대응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치가 정상 작동해 자동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상황실이 이를 오작동으로 오판해 출동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의 사고는 지난 6일 새벽 0시 41분경, 김제시 용지면의 단독주택에서 발생했다. 집 안에 설치된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치가 화재 징후를 감지해 119에 자동 신고했지만, 상황실은 통화 연결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오작동 가능성”을 근거로 출동을 보류했다.

이후 0시 45분, 보건복지부가 다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소방에 연락했으나, 상황실은 같은 이유로 출동을 하지 않았다.

결국 0시 53분, 이웃주민이 직접 “집에서 불이 난다”고 신고하고 나서야 첫 출동 지령이 내려졌지만, 도착 당시 주택은 이미 불길이 최성기였다. 집 안의 80대 거주자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통한 신고 9,271건 중 오인·무응답이 57.29%로 절반 이상이었다. 실제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1건(0.23%)에 그친다.

이런 높은 오작동 비율이 상황실의 ‘위험 상황 축소 판단’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상황실은 어떤 장비(화재감지기·응급호출기 등)가 작동해 신고가 들어온 것인지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시스템 구조여서 판단 오류 가능성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판이 커지자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직접 사과했다.

소방본부는 “상황실의 안일한 판단으로 출동이 지연됐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접수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 있었고, 반복적 오작동이 상황 판단을 어렵게 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접수요원 간 교차 체크 강화 △취약계층 특성을 반영한 접수요원 교육 △오작동 사례 분석 △장비별·상황별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개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의 운영 재점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1분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화재 상황에서, 119 상황실의 최초 판단 실패가 인명 피해로 직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명 보호를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 실수가 아닌 제도 신뢰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송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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