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가운데 한 대형마트에서 크리스마스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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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국가전략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계획이 ‘전력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용인 산단의 전력 인프라 한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달라”고 밝힌 것이 발단이다.
대통령 발언은 지역균형발전 기조까지 포함한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며, 기존 용인 단일 배치 구도에 변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쟁점은 용인 산단에 예정된 LNG 발전소 3기다. 연간 977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삼성전자 전 세계 공장 배출량(946만 톤)을 넘어서는 규모다.
RE100 의무를 추진 중인 대기업의 전력 체계와 충돌할 뿐 아니라, EU 등 국제 탄소 규제로 인해 수출 비용이 증가하는 ‘이중 부담’도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현 계획은 탄소중립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주민 수용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대전·대구·충주 등지에서 추진된 LNG 발전소 계획이 모두 백지화된 사례처럼, 용인 역시 동일한 구조의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전력 조달의 구조적 한계도 명확하다. 용인 산단의 재생에너지 자체 조달능력은 19.87MW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송전선로로 충당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장거리 송전망 구축비는 7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환경성·사회적 갈등 등 모든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남쪽 지방’ 발언 이후 새만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만금은 태양광·풍력 기반 발전단지와 서남권 해상풍력을 합쳐 약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반도체 산단의 초기 수요를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송전 인프라 보강도 최소화할 수 있다. 새만금 간척지 특성상 주민 갈등이 적고 부지 확장성도 확보된 점은 용인과 대비되는 장점이다.
전북의 인력 공급 기반도 주목된다. 전북대는 1990년대부터 반도체 소재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기술학과를 운영해왔으며, 반도체 물리·소재·소자공정 전 분야에 걸친 인력을 배출해왔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인력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이자, 신규 산단의 조기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새만금은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비 절감(73조 원)과 LNG 발전소 관련 사회·환경 비용을 고려하면 최소 30조 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RE100 충족이 가능해지는 만큼 기업이 감당해야 할 국제 규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최근 용인 산단 LNG 발전소 계획의 재검토와 국가산단의 새만금 분산 배치를 공식 촉구했다.
도의회는 “재생에너지 기반·부지 여건·인력 공급 측면에서 새만금이 훨씬 실행 가능성이 높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용인 전력 조달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치적 의제와 지역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곧 2026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돌입한다. 이 계획에서 용인 산단의 전력 대책이 수정될 경우 반도체 국가산단 배치 전략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용인·새만금의 동시 개발, 분산 배치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할지,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방향이 산업입지 결정과 어떤 지점을 만날지 향후 정부의 판단이 주목된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