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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기고

‘맑은 물’ 지켜온 장수(長水), 이제는 정당한 권리 찾을 때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15 14:00 수정 2025.12.15 02:00

최한주 장수군의회 의장

장수군의 지명에는 ‘길게 뻗어 흐르는 물길(長水)’의 형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관내 7개 읍면 중 다섯 곳의 명칭에 물(水)과 시냇물(川), 계곡(溪)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있을 만큼 장수는 물의 고장이다. 이름이 ‘물이 나눠지는 마을’인 수분리(水分里)에는 “지붕 위에 떨어진 빗방울이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지역이 바로 영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강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천혜의 지리적 축복은 역설적으로 장수군민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수자원의 시원(始原)이라는 자부심은 각종 규제와 무관심 속에 빛이 바랬다. 물을 책임지는 지역이 물의 혜택에서 멀어지는 역설, 장수군이 마주한 이 구조적 모순의 정점에 바로 ‘동화댐’이 있다. 총저수량 3,200만 톤의 동화댐은 장수뿐만 아니라 남원, 임실, 순창, 곡성 등 이웃 지역까지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제공한다. 축구장 4,000개가 넘는 넓이의 논밭을 적시고, 하루 17만 명의 샤워와 세탁, 설거지에 쓰일 만큼의 양이다. 값어치를 가볍게 매길 수 없는 사회적‧공익적 역할이다.
하지만,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희생 이면에는 합당한 혜택과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댐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댐건설관리법)’은 다목적댐을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건설하는 댐으로서 특정용도 중 둘 이상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탓에, 동화댐이 실질적으로 다목적댐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농림부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했다는 이유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당한 보상은커녕 여의도보다도 넓은 땅이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발이 묶인 상태다.
장수군의회는 그동안 농지전용, 건물신축, 상행위 등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규제지역 주민들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당국에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동화댐 댐건설관리법 적용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련 부처와 기관에 법률과 제도 정비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만약 동화댐이 그 기능에 걸맞은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면, 국비 지원을 통해 낙후된 상류 지역의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이 가능했을 것이다.
‘물의 불평등’은 이곳뿐이 아니다. 금강 수계의 거점인 ‘용담댐’을 바라보는 장수군민의 박탈감 또한 크다. 장수군은 용담댐으로 유입되는 물의 최상류 발원지로서, 댐 수질 보전을 위해 수변구역 지정 등 엄격한 개발 행위 제한을 받고 있다. 또한 댐 주변 잦은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 하천 유지유량 부족으로 생태계 악화 등 유무형의 손실 또한 켜켜이 퇴적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른 인접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감되는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맑은 물을 내려보낸 대가가 고작 ‘규제’와 ‘낙후’라면, 더 이상 상류 지역이 희생을 감내해야 할 명분이 없다. 용담댐 상류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와 지원 확대가 절실한 이유다.
​장수군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동화댐의 댐건설관리법 적용을 통한 정당한 지원 ▲용담댐 상류 지역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확대 ▲금강 상류 하천의 국가하천 승격 등 ‘물 주권’의 정상화를 말하는 것이다. ​장수의 물이 상생과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의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이제는 맑은 물을 지켜온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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