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사설/칼럼 사설

이재명 대통령의 ‘희망고문’ 질타, 새만금 30년의 허상을 직시할 때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15 14:03 수정 2025.12.15 02:03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새만금 개발을 두고 ‘일종의 희망고문’이라고 직격했다. 이 발언은 30년 넘게 이어져 온 국가 대형 프로젝트인 새만금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민자 유치 구상에 기대 사업을 끌어온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번 발언은, 더 이상 새만금을 정치적 수사나 막연한 기대 속에 방치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동시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을 지역과 민간에 떠넘겨 온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새만금 사업은 그동안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 ‘동북아 경제 허브’라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추진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본계획은 수정됐고, 그럴듯한 청사진은 반복됐지만 개발 속도는 더뎠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구조였다.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민간 자본 유치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사업은 늘 착공과 표류를 반복해 왔다. ‘민자가 들어오면 된다’는 막연한 기대가 결국 30년 지체라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도약을 기대해 온 지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발전 의지를 꺾는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는 새만금 사업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이제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방향을 분명히 하라는 주문에 가깝다. 애매한 계획으로 시간을 허비하느니, 실행 가능한 분야부터 재정을 투입하고 여의치 않은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라는 현실적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전북 정치권 역시 대통령 발언을 단순히 ‘국비 투입 확대’의 신호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무조건적인 예산 증액 요구에 앞서, 지난 30년간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냉철한 자체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산업단지 조성, 관광·레저 개발 등 주요 현안들 역시 수요와 타당성,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기대만 앞세운 비현실적 접근은 또 다른 희망고문을 반복할 뿐이다.
이제 새만금 개발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추상적인 비전이 아니라 명확한 재원 조달 계획, 단계별 실행 로드맵,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이 분명한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동시에 환경 보전과 개발의 균형이라는 오랜 과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 개발은 결국 또 다른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새만금이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 논리에서 벗어나, 해양·재생에너지·식량안보·신산업 거점으로서 새만금의 역할을 국가 차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책임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전북도는 지역 내부의 이견을 정리해 하나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의 질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마지막 경고이자, 동시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정부와 전북도는 책임을 미루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민들이 더 이상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새만금 개발의 ‘진짜 시작’을 지금 선언해야 한다. 30년의 실패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성과로 전환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새만금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청사진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과 결단이다.


저작권자 주)전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