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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국가 인권의 사각지대 전북, 인권사무소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16 13:11 수정 2025.12.16 01:11

국가 인권정책에서 전북이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지역 인권사무소 설치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실현의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권은 행정 효율이나 예산 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명시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됐고, 현재 부산·광주·대구·대전·강원 등에는 지역인권사무소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전북은 여전히 광주인권사무소 관할로 묶여 있다. 이로 인해 도민들은 상담과 진정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고, 상당수는 초기 문의 단계에서 구제 절차를 포기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는 제도가 있어도 접근할 수 없는, 전형적인 인권 행정의 공백이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과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전북인권사무소 설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인권 침해는 신속한 대응과 현장성이 핵심이며, 지역 특성과 주민 생활을 이해하는 상시적 인권 행정망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농촌과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전북의 특성상 오히려 더 촘촘한 국가 인권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
전북이 국가기관 지역사무소 부재로 겪었던 불편과 그로 인한 정책 수정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유사한 예로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가 중단되면서 금융기관과 소상공인들이 타 지역을 오가야 했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 끝에 해당 기능이 재개되며 지역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인 사례가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 논리 속에서도 지역 분산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전북은 세계적 규모의 기금 운용 중심지를 품게 되었고 이는 지역 위상과 고용, 행정 접근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국립무형유산원의 전주 설립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문화재 행정의 변방으로 취급되던 전북은, 해당 기관 유치를 통해 전통문화 정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사례를 보듯. 지역 사무소 설치 또는 기능 추가는 결코 행정 비효율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권리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 사회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인권 행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전북은 이미 광역 차원에서 인권담당관 제도를 운영하며 비교적 선도적인 인권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조사권과 구제 권한을 대신할 수 없다. 노동·장애·노인·이주민·군 관련 인권 문제 등은 국가기구의 직접적 개입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인권 침해의 양상은 갈수록 복합적이고 구조화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은 전북에 부재한 실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특별함’에 걸맞은 실질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전북인권사무소 설치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인권은 선언이 아니라 접근성에서 완성된다. 정부는 더 이상 전북도민에게 인권마저 원정 행정으로 의존케 해서는 안 된다. 국가 인권정책의 균형을 바로잡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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