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도심 주요 8개 공원 주변의 고도지구를 전면 해제하거나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도시 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27년 동안 도시의 녹지와 경관을 지켜온 규제의 빗장을 한꺼번에 풀겠다는 이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주거 환경 개선과 사유 재산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주의 도시 구조와 시민의 삶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 든다. 전주시는 지금,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도시의 풍경과 공공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도지구 제도는 단순한 개발 제한이 아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공공 안전장치였다. 이 규제는 공원 조망권을 특정 소유자가 아닌 시민 모두의 권리로 보장하고, 도시의 바람길과 녹지축을 유지하며, 무분별한 고층 건물 난립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를 해제할 경우, 공원 바로 앞까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공원은 더 이상 시민 모두의 쉼터가 아닌, 특정 단지의 사적인 ‘조망 특권’이나 ‘전용 앞마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공공의 자산인 공원의 가치가 사유화되는 순간, 도시는 근본적인 공공성을 잃게 된다. 이는 단순히 몇몇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 다수가 누려야 할 자연의 혜택과 쾌적성을 소수가 독점하게 허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공공성이 후퇴하는 도시는 결국 거주 가치를 잃고,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주시는 규제 완화가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실효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 큰 우려는 도시 정체성의 훼손이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낮은 스카이라인과 전통·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관으로 타 도시와 차별성을 확보해 왔다. 이는 전주를 찾는 관광객과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공원 둘레에 무분별한 고층 콘크리트 숲이 들어선다면, 전주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획일적이고 개성 없는 ‘아파트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도시 경관은 한 번 무너지면 수십 년, 때로는 영원히 회복이 어렵다. 현세대의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한 환경을 포기하는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발의 시대는 지났고, 이제 도시는 ‘보존과 공존’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낮은 스카이라인이 전주의 품격이었다는 점을 전주시 행정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고도 제한 완화로 인한 인구 밀도 증가는 필연적으로 교통 체증, 주차난, 그리고 상하수도, 학교, 의료시설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동반한다. 도시계획의 기본은 밀도 증가에 앞서 기반시설 확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열섬현상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녹지총량제와 같은 선진적 도시 관리 기법을 도입하고, 도시의 허파인 공원 주변의 밀도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주시는 “규제 완화가 곧 난개발은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개발 압력이 거센 현장에서 행정 심의만으로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낙관은 위험하다. 경관 가이드라인, 공공기여 기준, 그리고 기반시설 확충 계획이 충분히 마련되기도 전에 규제 해제부터 발표한 것은 명백히 순서가 뒤바뀐 행정이다.
전주시는 지금이라도 시민 공론화 절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개발 이익을 좇는 소수의 요구보다,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을 원하는 다수 시민의 권리,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공원 고도지구는 전주의 품격과 지속가능성을 지탱해 온 마지막 보루였다. 정교한 관리 대책 없는 해제는 전주를 회복 불가능한 ‘콘크리트 도시’로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