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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돌봄지원법’ 시행 원년, 전북형 통합돌봄 안전망 서둘러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28 15:28 수정 2025.12.28 03:28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거주지 중심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은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 돌봄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제도이다. 시설 중심, 사후 대응 위주의 기존 돌봄에서 벗어나,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의료·복지·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받으며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가적 약속이다. 법 시행을 불과 1년여 앞둔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이 변화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대비하고 있는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전북의 현실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만큼 어렵다. 도내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청년 인구 유출과 저출생으로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독거노인과 돌봄 취약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돌봄 공백은 고독사와 사회적 입원, 의료 방임이라는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돌봄은 의료는 병원, 요양은 시설, 생활 지원은 지자체로 쪼개져 운영됐고, 그 사이에서 시민은 제도의 사각시대를 감당해야 했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지향하는 핵심은 ‘탈시설’과 ‘재가 돌봄 강화’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북은 14개 시군의 인구 구조와 생활 여건, 지리적 특성이 크게 달라 획일적인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다. 전주·익산 등 도시 지역은 의료기관과 복지 자원의 연계를 강화한 도심형 통합돌봄 모델을, 진안·장수·무주와 같은 농산어촌은 이동 지원과 마을 단위 공동체를 결합한 거점형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맞춤형 전략 없이는 통합돌봄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가 집중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전북형 통합돌봄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현재 어르신의 의료 정보는 병원에, 복지 서비스 이력은 지자체에 흩어져 있어 대상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의료·복지·주거·안전 정보를 연계한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야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예방 중심의 예측형 돌봄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기반 행정 없이 통합돌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농어촌 현실에 부합하는 ‘이동형 돌봄 서비스’의 대폭적인 확대도 필요하다. 전북은 산간과 오지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행정기관을 찾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세탁·목욕·기초 진료 장비를 갖춘 차량이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모빌리티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설 확충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과 서비스가 먼저 움직이는 돌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인력 안정화가 중요하다. 돌봄 서비스의 질은 결국 현장 인력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기관마다 제각각인 임금 체계와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는 숙련 인력을 지켜낼 수 없다. 전북 차원의 단일 임금 가이드라인과 추가 수당 체계를 검토해, 생활지원사와 요양보호사가 돌봄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력 대책 없는 통합돌봄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지역의 존립과 직결된 핵심 사회 인프라다. 내년 3월 법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짧다. 조속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돌봄통합지원법은 또 하나의 선언적 제도로 남을 것이다. ‘전북에서 태어나 전북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정과 정치권, 지역사회가 함께 전북형 통합돌봄 안전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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