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이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체계에서 지역 중심의 분산형 체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변곡점을 지나왔다. 특히 전북은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자랑하는 가운데, 이 법안은 지역 경제의 판도를 바꿀 기회로 평가된다. 더 이상 전북이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을 벗어나, 에너지를 무기로 기업과 인재를 불러 모으는 ‘에너지 주권 경제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핵심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등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단일한 전기요금을 적용해 왔다. 이 때문에 발전소가 집중된 전북 등 비수도권 지역은 환경적 부담과 송전탑 갈등을 떠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차등 요금제는 전북에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전북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 내에서 소비할 때 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어떤 파격적인 세제 혜택보다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 조건이 될 것이다.
특히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연계한 ‘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은 전북의 미래를 결정지을 승부처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국경세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저렴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 확보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전북은 새만금의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활용해 기업들에 안정적인 녹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전기를 싸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전력 직접구매계약 시장을 활성화해 민간 사업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최근 전북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전기를 팔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된다. 이는 전력 시장의 독점 구조를 깨고 지역 내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완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전북자치도는 전주, 군산, 익산 등 권역별 특성에 맞는 분산에너지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가령 산업단지가 밀집한 군산은 대규모 공장을 위한 산업용 에너지 거점으로, 전주는 스마트시티와 연계한 도심형 분산에너지 모델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과의 조화와 안정적인 계통 관리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산업의 동반 성장이 시급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VPP) 기술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산 확보와 기업 유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운용할 수 있는 지역 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지자체와 도내 대학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의 이익 공유 모델을 확립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 복지나 주민 소득으로 환원하는 ‘햇빛연금’이나 ‘바람연금’ 같은 상생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북에 부여된 새로운 경제 영토나 다름없다. 중앙 정부의 눈치만 보며 예산을 구걸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가진 풍부한 햇빛과 바람을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치환할 것인지, 그 실천적 해법이 최우선 과제다.
전북이 저렴한 전기료와 친환경 에너지를 무기로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우뚝 서는 날을 고대한다. 도민 모두가 에너지 자치의 가치를 공유하고 전북의 100년 먹거리를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