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의 수출 지표가 11월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연간 수출 플러스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정작 제조 현장에서는 고환율과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이중고가 깊어지고 있다.
29일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가 발표한 ‘2025년 11월 전북특별자치도 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증가한 5억 758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출증가율로, 무역수지 또한 1억 1,157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지표상으로는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자동차(56.0%)와 동제품(71.8%) 등 주력 품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수출실적을 견인했다.
과거 전북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통상 환경 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컸으나, 현재는 대미수출이 전년 대비 25.5% 증가하고 한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등 외형적인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상의 ‘훈풍’에도 불구하고, 지역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수출액은 늘었지만 고환율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비용 상승과 고금리 여파가 기업의 실질 이익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조사한 내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79’에 그쳐 7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지표상의 수출 호조가 기업의 수익 개선이나 경기 낙관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지표와 체감의 괴리’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도내 한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수출 실적은 좋아졌을지 몰라도 환율 때문에 수입 단가가 너무 올라 마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수출 물량이 늘어날수록 원자재 수입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적 한계다.
때문에 지역 제조 현장에서는 수출 성과가 실제 기업의 내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지표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고환율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금융 지원과 원가 절감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최근 외환 당국을 중심으로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보다 세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평균 환율이 1,424원대로 전망되는 만큼 ▲중소기업 맞춤형 환변동 보험 지원 확대 ▲원자재 수입 비용 보전을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 투입 ▲수출 물류비 직접 지원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태 전북상협 회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며 “수출 금융 지원 강화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