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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재도전, ‘희망 고문’ 끝내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29 15:30 수정 2025.12.29 03:30

전북특별자치도가 연내 금융위원회에 ‘제3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며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진다.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여건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보류 결정을 받은 이후 수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번 재도전은 단순히 지역의 숙원 사업을 넘어,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전북의 미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도는 자산운용 규모 1,100조 원을 넘어선 세계적 수준의 국민연금공단(NPS)을 앵커 기관으로 삼아 ‘글로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 요직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른바 ‘전북 금융 인맥’의 지원사격과 전북특별자치도법에 명시된 금융산업 육성 조항은 과거 실패 때와는 확실히 다른 대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금융중심지 지정은 정치적 수사나 지역 안배 차원에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는가가 핵심이다. 지난 수년간 전북은 전주 만성지구에 금융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SSBT, BNY멜론 등 글로벌 수탁은행들의 사무소를 유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본사를 유치하기에는 정주 여건과 고급 금융 인력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관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오히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 다른 지역의 금융 현안에 밀려 전북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었다. 이번 신청이 다시 한번 ‘검토 중’이라는 답변 아래 공전한다면, 전북도민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재도전에서 차별화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지역 균형 발전’을 앞세우기보다, 서울(전통 금융)과 부산(해양·파생)이 갖지 못한 ‘자산운용 특화 모델’이 국가 금융 경쟁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실증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연금과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시스템 구축과 파격적인 규제 완화 혜택을 담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 금융기관들이 전주, 전북을 신뢰하고 내려오게 만들려면, 전북도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사업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간다. 정부는 더 이상 ‘여건 미성숙’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전북이 준비한 비전이 타당하다면 과감하게 지정하여 집중 지원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구체적인 보완 지침을 내려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2025년의 끝자락에서 재점화되는 전북의 재도전이 180만 도민에게 또 다른 ‘희망 고문’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전북의 경제 지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도약대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북의 도전이 반드시 결실을 보아, 전주가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시티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산운용의 심장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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