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새해를 앞두고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도내 12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1/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지수가 기준치(100)를 크게 밑도는 ‘79’에 머물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하락세가 2024년 2분기 이후 무려 7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경기 부진의 늪은 지역 경제가 단순한 침체를 넘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북 제조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업들이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하는 핵심 원인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그리고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이다. 이른바 ‘3중고’가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생존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고환율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소비 위축과 생산비용 상승이라는 양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7분기 연속 기준치 미달이라는 기록은 전북 경제에 ‘불황의 일상화’가 고착되고 있다는 신호다.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부정적 전망은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 고용 감소와 지역 내 소비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전북의 경제 체력이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경고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시군, 그리고 유관기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위기는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그 파고가 너무 높다. 우선, 고환율과 고금리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 지원책이 시급하다. 자금난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무너지지 않도록 이차보전 지원을 확대하고, 정책 자금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도 차원의 맞춤형 대응도 절실하다. 도내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만큼, 스마트 공장 도입 지원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추진 중인 이차전지, 방위산업, 바이오 등 전략 산업들이 기존 제조업과 시너지를 내어 지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
기업들 역시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공정 개선과 에너지 효율화에 힘쓰고,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다변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투지는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을 때 살아나는 법이다.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친기업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2026년 1분기 전망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북 경제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민·관·정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있어야 전북의 미래도 있다. 7분기째 이어지는 긴 겨울을 끝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