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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빈손’ 총리 방문, 전북의 꿈 정치적 수사로만 채워선 안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1.20 10:06 수정 2026.01.20 10:06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북특별자치도 방문이 도민의 이목을 끌었다. 취임 이후 네 번째 방문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전북을 국정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번 일정 역시 구체적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빈손 방문’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국정설명회는 정부 정책을 소개하는 데에는 충실했다. 전북 도민들이 절실히 기다려온 지역 현안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방문 횟수만 늘어난다고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전북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난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는 확대된 자치권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농생명 산업 고도화,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산업 육성,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 등 비전 실현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총리의 이번 방문은 바로 그 지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정부의 결단을 도민 앞에 제시할 기회였다. 하지만 남은 것은 선언적 언어와 원론적 답변뿐이었다.
무엇보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 새만금은 전북만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을 상징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과거 예산 삭감과 정책 기조 변화로 추진 동력이 약화되며 도민들의 상실감은 컸다. 이번 방문에서 최소한 예산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나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약속이 나왔어야 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수년째 기다려온 전북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새만금을 어떻게,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시간표가 절실하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역시 마찬가지다. 전북혁신도시는 1차 이전을 통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경제를 자립적으로 이끌 만큼의 파급력은 아직 미흡하다. 인재 유출과 소비 기반 약화는 여전히 전북의 고질적 문제로 남아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총리의 방문이 그 출발점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농생명 산업과 관련한 규제 완화 역시 전북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핵심 과제다. 전북은 농업과 식품, 바이오 산업이 결합된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중앙집중적 제도는 지역의 실험과 도전을 가로막아 왔다.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북이 선도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규제 특례와 권한 이양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특별자치도는 간판에 그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권한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지방의 혁신도 가능해진다.
지역 언론과 도민 사회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잦은 방문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인식이 누적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김관영 지사와 전북도 역시 중앙정부에 현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으나, 지방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설명과 홍보가 아니라 예산 배정과 제도 개선이라는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성패는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균형발전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총리의 방문이 정치적 수사로만 남는다면, 도민들의 좌절은 분노로 바뀔 것이다. 정부는 ‘빈손 방문’이라는 오명을 반복하지 말고, 전북의 꿈을 실질로 채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말이 아닌 정책, 방문이 아닌 결과로 답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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