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문화정책은 한동안 “지원”이라는 단어로 요약됐다. 예술인에게는 창작의 숨구멍을, 도민에게는 관람의 기회를 넓히는 일이 급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질문이 달라졌다. 문화는 어떻게 산업이 되고, 관광은 어떻게 ‘체류’로 바뀌며, 지역은 어떻게 외부와 연결되는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출범 10주년을 맞아 꺼내든 화두도 여기에 닿아 있다. 문화예술 중심의 기관에서 관광·마이스(MICE)까지 기능을 확장해 ‘문화관광 통합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끈 ‘현장 중심’의 운영 철학이 재단의 지난 10년을 관통한다.
문화예술에서 관광·마이스까지… 기능 확장으로 ‘플랫폼’이 되다
재단은 2016년 출범 이후 전북의 문화예술 지원을 중심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예술인복지증진센터를 전국 두 번째로 문을 열며 ‘지원의 빈틈’을 메웠고, 2021년에는 관광사업본부 확대를 통해 기능을 본격적으로 넓혔다. 2024년에는 글로벌마이스육성센터를 신설해 마이스 산업을 전담하는 체계를 갖췄다.
문화예술–관광–마이스가 따로 움직이던 축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낸 셈이다. 재단은 이를 ‘문화관광 통합플랫폼’이라는 정체성으로 정리한다.
이 변화는 조직의 외형에서도 확인된다. 예산은 2016년 180억 원 수준에서 2025년 450억 원대로 2.5배가량 확대됐고, 인력도 15명에서 60명으로 늘었다.
운영 공간 역시 2개소에서 7개소로 확대되며, 도내 곳곳에 문화관광 거점이 만들어졌다.
재단은 본부체계 도입과 대팀제 운영으로 책임경영과 협업 구조를 강화했고, 최근 2년 연속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 ‘가’ 등급을 받는 등 운영 성과도 쌓았다. 행정안전부 경영개선 유공기관 선정은 ‘일하는 방식’ 전환의 상징으로 꼽힌다.
13만 명 지원, 662만 명 향유… ‘지원’에서 ‘생태계’로
재단의 문화예술 성과는 숫자만으로도 규모가 크다. 지난 10년간 4,852건의 사업을 통해 예술인 13만6,670명을 지원했고, 문화예술 향유자는 누적 662만2,855명에 달한다.
향유자 수는 2016년 40만 명대에서 2025년 99만 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재단이 강조하는 건 ‘규모’보다 ‘방식’이다. 공모–심의–절차를 제도화하고, 라운드테이블과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하면서 지원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단순 배분에서 ‘현장 이해 기반 조정’으로 지원 체계가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향유의 결도 바뀌었다. 관람·체험 중심에서 주민 참여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고, 생활권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목표로 삼았다. 인구소멸지역 10개 시·군 10개 마을에서 진행된 마을문학 프로젝트는 예술인과 주민이 함께 지역의 삶과 기억을 콘텐츠로 만든 사례다. 통합문화이용권 확대 역시 소득과 지역에 따른 문화 격차를 줄이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예술인 복지 분야에서의 발걸음도 눈에 띈다. 2018년 예술인복지증진센터 설립 이후 청년·중장년·노인·장애인 등 생애주기별 예술인을 포괄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긴급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생계와 활동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예술인을 정책의 수혜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문화의 주체로 세우는 구조”가 재단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관광은 ‘유치’에서 ‘산업’으로… 기업 490개 발굴, 일자리 527명
관광 분야에서 재단이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구조’다. 지난 10년간 직접 유치한 관광객은 372만1,720명(국내 361만9,946명, 해외 10만1,774명). 특히 코로나 이후 회복기를 거치며 2025년 유치 규모가 209만 명대로 크게 늘었다. 단순 이벤트성 유치가 아니라, 지역자원 기반 콘텐츠 발굴–체류형 상품 운영–해외 마케팅–마이스 연계를 결합해 ‘지속 유입형 관광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관광을 산업으로 전환한 축은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다. 2023년 개소 이후 관광기업 490개소를 발굴했고, 일자리 527명을 창출했다. 전문 인력 917명을 양성했으며, 관광기업 매출 168억 원을 달성했다. 한국관광공사 성과평가에서 최우수·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재단이 ‘전북형 관광기업 육성 모델’을 구축했다는 방증으로 제시된다. 워케이션, ‘한 달 여행하기’ 같은 체류형 프로그램은 지원 대비 소비지출 효과를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체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치유·웰니스 분야도 전북 관광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전북형 치유관광지를 단계적으로 발굴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웰니스 관광지 선정으로 연결했고, 웰니스·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 사업은 평가 1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베트남·러시아·몽골 등과 협약을 통해 직접 유치 기반을 넓혔고, 디지털 마케팅도 병행했다.
마이스 ‘전담 체계’ 가동… 국제행사로 전북의 산업·문화 묶는다
마이스 분야는 2024년 글로벌마이스육성센터 출범이 분기점이었다.
전북의 산업·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국제행사를 기획·유치·운영하는 전담 체계가 마련되면서, 전북은 ‘행사 개최지’에서 ‘콘텐츠 기획지’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세계관광산업컨퍼런스 개최, 마이스 아카데미 운영, 마이스 얼라이언스와 서포터즈 구성 등은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밑작업으로 평가된다.
이경윤 대표의 ‘현장’…다음 10년은 체감으로 증명한다
10주년의 성과를 ‘통합’으로 요약한다면, 다음 10년의 목표는 ‘체감’이다.
재단을 이끄는 이경윤 대표이사는 “지난 10년이 전북 문화관광의 기반을 구축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를 완성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과 관광을 연결하는 통합플랫폼으로서 도민의 신뢰를 높이고, 현장에 답하는 서비스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다.
재단이 제시한 향후 방향 역시 ‘사람’과 ‘현장’에 맞닿아 있다. 지원을 단발성에서 중장기 제작 구조로 바꾸고, 리서치–제작–유통–기록을 잇는 전북형 창작 지원체계를 표준화하겠다는 구상은 예술을 ‘일자리 기반’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관광·마이스는 ‘찾아오는 관광’에서 ‘머무는 산업’으로 전환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마케팅센터 설치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해외 수요를 안정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ESG를 업무 기준으로 삼아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방향도 포함됐다.
전북의 문화관광은 더 이상 ‘행사 캘린더’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예술인의 창작과 도민의 일상, 관광기업의 성장과 국제행사의 유치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될 때, 지역의 경제와 정주 여건까지 영향을 미친다. 재단 출범 10년이 보여준 것은 그 연결의 가능성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가능성을 “전북 어디에서나, 누구나 체감하는 변화”로 바꾸는 일이다.
한편 재단은 10주년을 기념하는 ‘함께한 10년, 특별한 미래’ 행사를 1월 29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