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시절, 전북의 심장부인 전주시가 도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했던 ‘전주특례시’ 지정은 끝내 무산됐다. 당시 전주시는 도시계획·건축·환경 등 광역시급 행정 권한 확보와 복지급여 결정권 확대, 국고보조금 차등 지원, 대형 국책사업 직접 추진 권한 확보 등을 통해 전북 전체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2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인구 100만 명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며 수원·용인·고양·창원만을 특례시로 지정했다. 지역 현실과 균형발전 논리는 사실상 고려되지 못했다. 당시 전주시의 주민등록 인구는 약 65만 명 수준이었지만, 생활인구와 통근·통학 인구, 행정 서비스 이용 인구를 포함하면 100만 명을 상회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더욱이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시가 없는 도(道)이며, 도청 소재지인 전주가 갖는 역사적·행정적 위상을 고려해 기준 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행정 편의성과 정량 지표 중심 판단을 고수했다. 그 결과 특례시 제도는 오히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유리한 구조로 작동했고, 지역 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국가 위기다. 여기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은 전북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동시에 전국적으로는 메가시티와 광역 통합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광역권 통합 움직임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이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행정·재정·산업 측면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특례시 지정은 단순한 지위 상승이 아니라 전북 생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조명돼야 한다. 특히 특례시 지정은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가 사무 직접 수행을 통한 행정 효율성 제고, 안정적 재정 확보, 도시 규모에 맞는 행정 조직 확충이 가능해진다. 이는 곧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전주·완주 통합 논의와 연계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례시라는 명확한 성장 비전이 제시된다면, 인구 70만~80만 규모의 전북 중심 거점 도시 형성이 가능하며, 이는 수도권 집중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특례시 기준 완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제도 상징성 약화, 중앙정부 재정 부담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방소멸이 국가 존립 문제로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과거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지방시대위원회 등에서도 비수도권 특례시 기준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반영한다. 이제는 단순 인구 수치가 아니라 행정 수요, 지역 거점 기능, 국가 균형발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완주·전주 통합과 특례시 지정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비수도권 중추 도시를 육성하는 국가 전략의 시험대다. 전주가 특례시로 도약하는 것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실질적 성공 기반을 만드는 일이자, 지방분권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과거 기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도 함께 무너진다. 특례시 지정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전북의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방향을 결정할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