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적으로 침략한 지 만 4년이 되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와 함께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과거에는 땅 욕심으로 다른 나라를 침범하여 식민지를 만들거나 아예 합병으로 자국의 영토를 확장하는 데 혈안이 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대부분 독립을 되찾았지만 소련 (현재 러시아)은 주변국들을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시켜 위성국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했다. 고르바초프는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하고 위성국을 독립시킨 다음 옛 이름인 러시아로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역시 독립을 찾았다. 그러나 러시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푸틴은 느닷없이 크림반도를 점령하며 주민투표를 통하여 러시아 영토로 편입시키는 만행을 저지르며 우크라이나의 안위를 위협했다.
소 연방 시절 우크라이나 영토에는 핵무기가 포진되어 있었으나 세계 강대국의 간섭으로 러시아에 모두 인계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란 역시 핵무기 제조에 열중하는 것은 모두 핵보유국이 되어야 자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힘의 논리를 믿어서다. 이 논리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핵을 내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마구 다뤄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5년에 걸친 러 우 전쟁은 참혹하기 짝이 없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전쟁은 무기와 전쟁 의욕 그리고 세계 최강국 미국의 엄호로 이슬람국의 일방적인 패배가 확실해 보이지만 이에 비해서 러 우 전쟁은 오히려 미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계속된다. 우리나라도 6.25전쟁을 겪으며 만 3년 동안 극심한 피해를 입어 전 국토가 폐허가 되었던 사례가 있어 전쟁의 무서움을 마음 속에 느끼며 산다.
6.25 전쟁에서 우리는 남북 간에 수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가장 비참한 것은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실상이었다. 곳곳에 고아원이 들어서 이들을 보호했지만 그 참상은 이루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고아의 대부분은 폭격으로 부모가 모두 희생되었기 때문이지만 피란길에 손을 놓쳐 이산가족으로 남은 숫자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 진행형인 러 우는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귀한 현상이다. 점령지에 남은 어린이들은 폭격으로 부모를 잃거나 생이별한 경우가 다수일 것이다. 남겨진 어린이들은 러시아 점령군이 수용한다.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주요국은 이들 어린이의 숫자가 2만여 명이라고 발표하고 납치하여 러시아 가정에 강제 입양시켰다고 발표했다. 이 사실은 전쟁 범죄로 취급되어 국제형사재판소(IOC)에 제소되었다. IOC는 2023년 3월 러시아 푸틴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푸틴의 어린이 납치는 전쟁 범죄로 낙인찍혀 세계 155개 IOC협약국을 방문하는데 제약을 받는다. 아직 현실화 되지않고 있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은 전쟁의 빠른 종결을 위해 푸틴을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으며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을 휴전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 알려진 숫자에 비해서 지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일보전진이라고 볼 수 있는 우크라와 러시아 어린이 6명을 집에 돌려 보내게 되었다는 뉴스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우크라 어린이 5명, 러시아 어린이 1명이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는 데 합의했다는 것은 인도적인 의미를 떠나 휴전을 원하고 있는 양국의 입장과 정책 변화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높인다.
어린이의 나이가 4~15세이며 우크라 어린이 5명 러시아 어린이 1명이 교환되는 셈이다. 이를 중재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러시아 대통령실과 미국의 백악관에서 동시에 발표된 것이며 특히 러시아 대통령실 마라야 미로바벨로바 아동인권 담당위원은 “아이들이 가족과 재결합할 수 있도록 헌신해 준 멜라니아 여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치하했다. 백악관에서도 어린이 추가 송환을 위해 멜라니아여사가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멜라니아는 옛 소련의 압제에 시달렸던 동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이번 양국의 조치는 전쟁의 향방에 큰 역할이 되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경종이 될 것이다. 어른들의 이해(利害)와 이념 욕심이 걸린 전쟁에서 아동을 볼모로 삼는 행위는 도덕을 넘어 범죄행위로 간주되는 만행임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