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공모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며 대규모 에너지 신산업 선점 기회를 놓쳤다. 정부의 평가 기준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에 편중되면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를 보유하고도 정작 국책 사업에서는 배제되는 ‘역설적 소외’가 반복되고 있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선정 결과 전남 6곳과 제주 1곳 등 총 7곳(565MW 규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차 공모에서 전남 7곳, 제주 1곳이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도 전북은 단 한 곳의 사업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북이 이처럼 ‘빈손’에 그친 핵심 원인은 입찰 평가 구조의 한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체계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가 많을수록 감축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가점을 부여한다.
실제로 지난 1차 공모 당시 출력제어 횟수가 23회였던 전남은 해당 항목에서 만점(12점)을 받았으나, 5회에 불과했던 전북은 2.2점을 받는 데 그쳐 출발선부터 불리한 싸움을 이어왔다.
더 큰 문제는 전북이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변전소와 송전선로 등 계통 인프라의 ‘희생’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보상은커녕 사업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에는 오는 2036년까지 345kV급 변전소 4곳과 10여 개의 송전선로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지만, 이러한 전력망 기여도는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도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계통의 필수적인 님비(NIMBY) 시설은 전북이 떠안고, 40조 원 규모의 ESS 시장 수익은 타 지역이 가져가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르도록 평가 기준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현재 전북자치도는 완주 테크노밸리에 466억 원을 투입해 'ESS 안전성 평가센터'를 구축하는 등 산업 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대규모 발주 시장에서 계속해서 문전박대를 당할 경우, 도내 기업들의 수주 절벽은 물론 기술 및 고용 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향후 예정된 3차 공모와 중장기 사업에서는 지역적 특수성과 계통 기여도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과 공조해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밝혔다./조경환 기자